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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Nov 25. 2024

등려군(鄧麗君)

(첨밀밀, 야래향, 월량대표아적심)


   관광버스가 호텔을 스르르 미끄러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등려군이 나타난다. 대만에 왔으니 대만가수노래를 들어보는것은 인지상정이다. ‘첨밀밀(甛蜜蜜)’ 노래가 흘러나오자 너무 청아하여 호두 알 미로를 다 긁어낸 듯 개운하다. 은쟁반위의 옥구슬이 아니라토란잎위의 물방울 구르는 소리같다. 차츰 유년에 텃밭 귀퉁이의 토란밭이 떠 오른다. 토란잎에 이슬방울이 은방울처럼 또르르 굴러다니는데, 곧 쏟아질 듯 기우뚱하다가도 금방 반대로 굴러지던 모습이다.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쏟아질까봐 엉덩이 반쯤 일으키고 "우야지, 우야지" 하면서  불안해 하는데, 때맞춰 바람이 반대로 불어주니 엉덩이 도로 내려놓으며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째서 바람이 저렇게 제때에 불어줄까가 궁금했다. 거대한 타이베이 101 타워 윈드 댐퍼가 바람을 다스리는 이치나 한갓 풀뿌리 토란잎의 은방울을 다스리는 이치가 똑같으니, 자연은 참 공평하다는 생각이다.



   이 대자연의 은방울 구르는 소리보다 더 필자의 마음을 궁굴리는 등려군의 목소리가 어쩌자고 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지 맞선 보러 갈 때보다 더 설렌다. 사실은 자유민주주의속에서 살다보니 자유민주적인 껍질을 쓰고 억지춘향으로 나가지만, 자신감이 없으니 그 놈을 툇짜 놓을 요량만 단디하고 나선 참이니 뭐 그리 좋은 설렘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등려군의 소리는 목소리가 약한 나로서는 천상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첨자는 달 첨 자이니 달콤하다는 뜻이다. 밀은 꿀 밀 자다. 꿀이 두 개가 들었으니 얼마나 달콤할지 짐작이 간다. 첨밀밀은 관용구로 달다, 친근하다, 행복하다 등의 뜻이다. 노래를 듣는 내내 얼마나 행복했던지 여운이 길어 가사를 전달해 본다.


첨밀밀(등려군 노래)

    

당신의 미소는 정말 달콤하네요.

마치 꽃이 봄바람 속에 핀 거 같네요.

봄바람 속에서 말이에요.

어디에서, 어디에서 당신을 본 적이 있네요.

당신의 웃는 모습, 이렇게 익숙한데

잠시 생각이 나지 않아요.

아, 꿈속이었네요!

꿈속에서, 꿈속에서 당신을 본 적이 있어요.

달콤했어요. 그 웃음은 얼마나 달콤했다고요.

당신은 물었죠, 내가 당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당신이군요. 당신요. 꿈속에서 본 이가 바로 당신이로군요.     

어디에서, 어디에서 당신을 본 적이 있네요.

당신의 웃는 모습, 이렇게 익숙한데

잠시 생각이 나지 않아요.

아, 꿈속이었네요!

정말 달콤하네요.


예라이샹(夜來香)


  다음은 예라이샹(夜來香)이다. 밤에 향기를 풍긴다는 뜻이다. 야래향은 중국계 일본 가수인 야마구치 요시코가 불렀는데, 영화에 출연하면서 ‘리상란’이라는 중국 이름으로 유명해졌다. 그 후 1978년 등려군이 리메이크하여 크게 인기를 누렸던 곡이다. 귀에 익숙한 곡이라 버스 안에서 모두 허밍으로 따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마음 포근하고 천국에 온 듯 기분이 온화해지는 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수가 리메이크해서 불렀지만, 주현미와 등려군의 야래향이 가장 유명하다.

    

야래향(등려군 노래)

    

시원한 남풍이 불어오던 그 밤에 꾀꼬리 가냘프게 울며 노래했어요.

달빛 아래 꽃은 다 잠이 들었는데, 그 야래 향만 향기를 내뿜고 있었죠.

저는 아득히 펼쳐진 이 밤의 경치를 사랑하고, 꾀꼬리 노랫소리도 사랑하며,

꽃 같은 꿈은 더욱 사랑합니다.

야래향을 품에 안고, 이 야래향 향기를 맡아요.

야래향, 저는 당신을 위해 노래해요.

야래향, 저는 당신을 그리워해요.

아, 아, 아, 저는 당신을 위해 노래하고, 당신을 그리워해요.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월량대표아적심은 '진분한'의 곡을 맑은 음색을 가진 등려군이 리메이크하여 1994년 발표했다. 창밖 도로에 자카란타꽃(?)이 도열한 걸 보면서도 내 난 자리 수양버들이 낭창낭창 그네를 타는 모습이 어른거린다. 바람이 살짜쿵 실리면, 한 옥타브 올라 간 비음이 심장을 흔든다.


  어제 본 반얀트리 나무처럼 물구나무를 서 본들 이 맑은 음색은 흉내조차 못 내 보겠다.


  1995년에 등려군이 세상을 떠나고 다음 해인 1996년에 영화 <첨밀밀>이 개봉되었다. ‘월량대표아적심’과 ‘첨밀밀’의 두 곡은 영화 <첨밀밀>의 OST로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곡이 되었다. 이 세 노래는 중국어를 모르는 분들도 노래방에 가면, 한국어 발음을 외워서 부를 정도로 대중화된 곡이다.


     

월량대표아적심(등려군 노래)

    

당신은 제게 당신을 얼마나 깊게 많이 사랑하는지 물었죠.

제 마음도 진심이고, 제 사랑도 진심이에요.

달빛이 제 마음을 대신하네요.

당신은 제게 당신을 얼마나 깊게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물었죠

제 마음은 떠나지 않고 제 사랑도 변하지 않아요.

달빛이 제 마음을 대신하네요.

가벼운 입맞춤이 이미 제 마음을 움직였죠.

깊은 마음이 지금까지도 그리워하게 만드네요.

당신은 제게 당신을 얼마나 깊게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물었죠

생각해 봐요. 그리고 보세요.

달빛이 제 마음을 대신하네요.  

   

   버스 안에서 이 세 곡을 들으면서, 월척을 낚은 기분이 들었다. 등려군에 대해서 뭔가 쓰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이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애썼다. 고로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다디달다.


再見(짜이지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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