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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Nov 26. 2024

타이베이 101 타워와 윈드댐퍼


  대만 시내 건물이 거의 우중충하고 낡아서 의아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재건축을 하여 산뜻한 새 건물로 주상복합이 이루어졌을 텐데 외관이 심할 정도로 허름하다. 대만인이 낡은 건물에 사는 이유는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서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재건축이 불가하기때문이라고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지나친 인권의 부르짖음은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우리나라도 휴일만 되면 광화문이나 시청 또는 여의도가 시위 현장으로 도로가 꽉 막힌다. 새로운 개혁이나 제도 개선을 할라치면 반대파들이 무조건 피켓을 들고 나와 시위하는 모습은 늘 보던 그림이다. 경부고속도로 개설 시 건설 현장에 드러누워 반대를 하던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 그 고속도로가 없었다면, 물류 이동을 못해 수출을 어떻게 했을까. 광우병 파동으로 유모차를 끌고 나와 데모를 해 대던 그 모성들도 지금은 수입고기로 아이들 단백질을 채워주고 있겠지. 지나친 인권 주장이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생각에 슬며시 쓴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오늘은 우리의 실망을 바꿔 줄 만한 타이베이 101 타워에 왔다. 무슨 바로크도 아니고 로꼬꼬도 아니고 대나무에서 모티브를 얻은 형식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9번째 높은 건물로 지상 101층 지하 5층 건물이다.


  단 5층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타이베이 101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89층까지 분당 1010m로 37초 걸린다고 한다. 일단 카메라 앱을 켜고 천정의 그림을 여러 컷 눌러댄다. 그야말로 몽환적이라는 어휘가 어울리는 그림이 나온다.


  우리는 길라잡이의 안내에 따라 한 층을 내려와서 88층에서 윈드 댐퍼를 관람한다. 윈드 댐퍼 원리에 의한 과학 실험 영상과 윈드 댐퍼 소개 영상이 흥미롭다.



    지진이 많은 대만에 타이베이 101 타워 같은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지진이 일어나면, 추가 흔들리면서 건물이 흔들리는 시간을 줄여준다. 참으로 기발한 문명이다. 여기서 갸우뚱! 아니, 이것은 우리나라 황포돛대를 벤치마킹한 것은 아닐까.(개인적인 생각, 일단 패스!)



  


  89층에는 360도 탁 트인 전망대에 포토존이 가득하다. 6시~7시경에 오면, 노을과 야경 일타쌍피를 얻을 수 있겠다는 과욕을 자제하고 좀 더 인간적이기로 마음을 다스린다. 어차피 날씨가 흐려서 쾌청한 뷰는 기대도 못한다. 대만은 일 년 중 200일 넘게 비가 온다고 하니, 안개뷰나 구름뷰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완전한 럭키비키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각진 구석이 유명한 포토존인데, 이것도 양쪽 뷰를 동시에 잡겠다는 과욕이다. 코너에 가기 전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오장육부가 새콤해져서 여기서도 일타이피는 포기한다. 역시 필자는 인간적이다. 후훗!



  코너를 포기하고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카메라만 갖다대면, V자를 그리던 손녀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V자를 그리는데, 짝꿍은 "됐슈" 하면서 필자의 손을 잡아 내린다. "와아!  내 손을 우째서 뭤땜시 내 마음대로 몬하게 합니꺼? 나도 인권이라는 게 천지삐까린데요." 라고해서 한바탕 웃느라고 사진이 박장대소로 나왔다. 역시 사람은 웃는 모습이 예쁘다. 마음도 이렇게 예뻐야 하는데. (초상권 때문에 공개 불가)



  한참 웃다가 오타니 유니폼 코너로 갔더니 젊은이들 웨이팅 줄이 길다. 지나치려다가 여기서 지나치면, 우리는 완전 아웃사이더가 되는 지름길이니 웨이팅 행렬에 과감히 섰다. 여기가 한국도 아니고 "저 할미가 와 카노?" 할 눈도 없고 오타니를 마음껏 사랑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대만의 가장 높은 빌딩이자 랜드마크에 일본 선수의 코너를 세 곳이나 할애했다는 점은 국민성을 돌아보게 한다. 일제 침략을 받고 오랫동안 지배를 당했어도 대만 국민은 일본 문화에 우호적이고, 일본 사람을 동경한다는 거다. 일본 문화에 익숙하고 일본 때문에 발전이 많았다는 생각 때문이란다. 우리는 일본과의 외교에 조금이라도 우호적이면, 친일 프레임을 씌워서 탄핵이나 특검을 부르짖는다. 생각에 따라서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국민성 내지는 관념 성향에 나름 깊은 사유가 따른다.



  즐겁고 유쾌한 관람을 마치고 만 보 이상 걸었으니 종아리 쥐 나지 않게 근육 이완제 한 알 삼키고 내일을 기약한다.


再見!! (짜이지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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