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공항을 빠져나오자 하늘은 회색빛이다. '하나투어' 피켓을 들고 선 가이드는 한국 배우 윤다훈을 빼다 박은 핸섬가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그의 안내에 따라 500 -YY <퇴계학회 3호차>에 올랐다.
조금 전 기내식을 먹고 나왔는데, 일정상 바로 중식을 먹고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동한다.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다. 약 70만 점 소장품이 있어 중국의 찬란한 역사를 볼 수 있다고 한다. 4대 박물관은 영국의 영국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대만의 국립고궁박물관이다.
세계 4대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실망스럽다. 1층에는 귀금속 위주, 2층은 고서적, 3층에는 고대 유물 위주로 전시되어 있다. 전시물은 300년이 채 안 된 청나라 유물이 대부분이며 4천 년에 걸친 중국 역사의 유물은 빈약하다. 장개석 군대가 모택동에 밀려 본토를 탈출하면서 청나라 왕실 보물 중 작은 것만 챙겨 온 듯하다. 모든 게 조그맣다.
중국 군대가 그 보물을 다 불태워버릴까 모택동에게 물으니, "그대로 둬라. 어디에 있든 보존하는 게 목적이다."라고 했다니 어쨌든 대인배의 배포는 다르다.
그러나, 일단 중국 왕조의 보물이 대만에 이렇게 많은 점이 아이러니다.
두 찻잔이 홍콩 경매에서 500억에 낙찰되었다는 찻잔부터 만나본다. 찻잔에 있는 닭은 자유로움을 상징하고 다음 생애에서 닭으로 태어나 마음껏 사랑을 나누자는 스토리란다. 아래 콜라주에서 상단 중간이 찻잔 사진이다. 콜라주 꾸미는 과정에서 찻잔이 보이지 않고 그림만 보인다.
다음에 인상적인 것은 중국에서 가장 예뻤다는 미인상인 기황후의 모형이다. 시대에 따라 미인상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 그 시대에는 통통하고 후덕한 이미지가 가장 선호하는 미인상이었던 같다. 사람은 시대를 잘 타고나야 행운을 만날 수 있다. 지금 미의 기준으로는 아주 주눅 들 상이니 격세지감에 헛웃음만 나온다.
옥으로 만든 병풍은 장관이다. 화려한 그 시대 왕들의 위엄을 알 수 있다. 옥이 많이 나는 나라니까 가능했지 싶다. 옥을 저렇게 얇게 깎을 수 있는 기술이 신기하다.
다음은 취옥백채다. 경옥을 이용하여 여치와 메뚜기가 숨겨진 배추를 표현한 조각이다. 세 가지 색깔의 경옥으로 조각했다. 여치와 메뚜기는 번식력이 강해서 다산의 상징이라고 한다.
중정기념당
우리는 박물관을 빠져나와 장개석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중정 기념당으로 들어간다. 신해혁명 이후 쑨원과 함께 자유중국을 수립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1층 전시실에는 사진과 총통의 생애에 관한 기념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사진에서 오른쪽은 국가 음악청, 왼쪽은 국가희극원이다. 중정기념관 내부에는 장제스가 살아있던 시절의 주요 활용들을 담아 전시하고, 개인이 사용하던 각종 유물들을 전시해놓았다.
전 대만 총통이었던 장개석을 위한 곳으로 그림같이 조경이 잘된 광대한 정원 위에 거대한 대리석 건물인 기념관이 서 있다. 우아한 정자, 연못 등이 배치되어 있고 25톤의 장개석 총통 동상이 본관에서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중정의 좌상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곳 동상 앞에서 근위병 교대식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함께 자유중국을 수립하느라 노력한 손문의 동상도 있다. 같은 공간에 두 사람의 동상을 둔 것이 의아하다. 우리의 정서로는 하늘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수 없다며, 일인지하 만인지상을 부르짖으며 절대 같은 건물에 두지 않을것이다.
장개석 집무실을 그대로 복원했다. 사람도 장개석의 모습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대만 역사의 뒤안길을 살피고 나와서 탁 트인 전망을 내려다보며, 중정 기념당과 국립고궁박물관에 여운을 남기고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