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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대학교 국제퇴계학 학술대회

by 소봉 이숙진



오늘은 대만대학교에서 <동아유학전통과 퇴계학>에 대한 학술 발표가 있는 날이다. 복장을 점퍼에서 벗어나 검은 재킷과 바지로 예의를 갖췄다. 대신 오후 관광 시 너무 칙칙할 것 같아서 본인의 시그니처인 빨간 모자를 눌러썼다. 모두 시간을 잘 지키므로 조금 일찍 도착해서 학교 외곽을 둘러본다. 붉은 홍죽이 곳곳에서 교정을 장식한다. 잎인 듯 꽃인 듯 색깔이 핑크와 진보라의 중간쯤으로 아주 색감이 곱다. 관엽 홍죽은 열대 식물로 일 년 내내 붉은 잎으로 꽃 행세를 하지만, 결국 꽃은 흰색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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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 상가 간판을 보니 쇠 금 자가 세 개 들어간 글자가 있다. 鑫(기쁠 흠) 자라고 한다. 엔간한 옥편에는 없는 글자인데, 중화권에서는 애용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검색하니 자세한 설명이 있다. 금이 세 개나 있으니 얼마나 기쁠 것인가. 한자가 알아갈수록 참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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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을 돌다 보니 나무 한 그루 큰 줄기에 뿌리를 박고 수분을 먹고사는 풀뿌리를 발견했다. 비가 자주 오니 습도가 높은 까닭이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상생이다. 풀은 나무에 의지하여 영양을 얻고, 나무는 투박하고 어둑 충충한 외양을 초록초록하게 꾸밀 수 있어서 상부상조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상생의 이치는 중요한 덕목이다. 나무에 기댄 풀뿌리가 너무 앙증맞아 앵글을 들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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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어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로비에는 벌써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안내 데스크에서는 이미 공항에서 배부했던 학술회의 자료 책자를 에코백에다 넣어서 현지 참가자에게 배부하고 있다.


퇴진회에서 준비한 책.jpg (학술회의 자료집)


터;ㅈ;ㄴ호에서 준비한 가방.jpg
대만 퇴계학행사장.jpg


국립대만대학교 양국수(梁國樹) 회의실에 들어가서 자리 잡고 앉아 세팅된 무대를 한 컷! 접속사 여(與)에 대하여 검식해 본다.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와 같다고 한다. 한자의 세계가 알아갈수록 흥미가 생긴다.

사회는 한국 국제퇴계학회 이재갑 님과 국립 대만대학교 강지은 교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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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의 대회사와 축사가 이어진다. 국내외 석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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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행사가 끝나고 기념 촬영 및 휴식을 취하고 나서 제2부 행사의 기조 논문 발표가 13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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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은 구내식당이므로 가는 길에 아래 건물 옥상에 이상한 구조물을 발견하고 가이드에게 물어볼 요량으로 한 컷 찍었다. 사진을 보여주고 질문했더니, 가이드도 몰라서 찍어뒀다고 한다. 사람의 호기심은 이렇게 같을 수도 있다. 식당에서는 녹두탕이 이색적이다. 한 컵 담아와서 맛보는데, 맛이 국산 녹두나 진배없다. 녹두가 많이 들었는 걸 보니 녹두값이 비싸지는 않은 듯하다. 우리나라 녹두는 좀 비싼 편이기는 하다. 재배를 많이 하지 않는 탓이리라. 기후 변화로 점점 아열대로 바뀌면서 우리나라도 재배 작물이 달라진다. 삼계탕 속에 찹쌀과 녹두를 넣은 밥은 닭고기보다 더 맛있다. 녹두가 한몫한다. 녹두를 두 컵이나 떠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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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주무남 회장님

저녁 만찬자리는, 대만 주자 제30대 예손(臺灣. 朱子第30代裔孫)이시고 해협양안주자문화교류촉진회 회장(海峽兩岸朱子文化交流促進會 會長)이신 주무남(朱茂男) 님께서 스폰서(Sponsor)가 되어 주셨다. 주지육림(酒池肉林)에 산해진미(山海珍味)와 고량진미(膏梁珍味)란 맛을 실감하는 날이다.

내빈 인사가 끝나고 주자문화교류촉진회에서 증정하는 한시 한폭이 걸린다. 대만 대표분께서 걸쭉한 저음으로 낭송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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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남 회장님의 건배사를 시작으로 식사가 시작된다. 끝없이 나오는 이름모를 요리에 임계점에 도달한 일행은 모두 눈으로 먹기 시작한다.

넉넉하게 베푸는 자의 입꼬리는 귀에 걸린다. 아주 싱글벙글 인상이시다. 결론적으로 보약은 우리가 먹은 게 아니고 베푸시는 주 회장님이 드신 거다. 회원 전원에게 가방까지 선물해 주신다. 포켓이 8개나 되는 아주 쓸모 있고 실속 있는 가방이다. 이 가방을 쓸 때마다 주 회장님 생각이 나겠지. 그분의 통 큰 대접에 감사드린다.


대마 선물가방.jpg



再見!(짜이지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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