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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장 마상 입은 사연

by 소봉 이숙진


필자는 어쭙잖게 한 문학단체의 문학지 편집위원장이다. 1차, 2차는 편집위원들이 출판사에 모여서 편집회의를 하고 교정을 장시간 보지만, 모이기가 번거로워서 3차, 4차, 5차, ok교정까지 필자가 집에서 조용히 하나하나 체크하며 돋보기를 애용한다.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필자는 분명 자기 학대형이다.

특히 이번 호는 10월 말까지 끝내야 해서 pdf로 받아서 밤을 새워 교정하여 보냈다.



ok 교정 후 한 시름 놓고 있는데, 인쇄소 대표께서 전화를 두 번이나 주셨다. 사무총장이 2025년 연혁에 첨가할 것이 있다고 하고 자기 편집후기를 써야 한다니, 어쩌냐고 입장 곤란함을 피력하셨다. "벌써 인쇄가 들어갔는데, 무슨 편집후기냐고, 그리고 그분은 편집회의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아서 편집후기 쓸 자격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연혁에다 자기 치적만 쓰고 괄호안에 꼭 자기 이름을 넣는 전적이 있다. 하지만, "회장님께 상의하고 전화하시라고 하겠습니다." 하고 바로 회장님께 보고하고 인쇄소 대표님께 의사를 전달하시라고 했더니, 바로 불가하다는 통화를 한 걸 확인했다.



그런데, 오늘 정오 다시 대표님이 전화 와서 "사무총장이 연혁을 추가하고 편집후기를 집어넣고 갔다."라고 책임회피성 또는 차후 잡음 우려성 전화를 주셨다. 명예회장과 사무총장이 번갈아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합죽이 얼음 깨무는 소리인가. 어처구니가 없어 소가 웃다가 코뚜레 부러질 일이다. 하지만, 일단 우리 팀의 불협화음이니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인쇄소 대표님께 사과를 했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도대체 편집위원장이 사무총장 부하인가? 나에게 상의 한 마디 없이 제멋대로 회장과 편집위원장이 승인한 걸 감히 수정하고 끼워 넣었다? 용서 못할 일이다. 자기가 무슨 최종 결재권자인양 오만한 태도가 아주 목불인견이다. 오후 내내 큰 마상을 입고 혈압이 오른다.

문학단체의 편집권과 최종 승인 절차와 역할과 책임 경계를 분명히 하고 문제를 요약해서 대응방안으로 공식적인 이의제기를 생각한다.

문학회의 정관을 뒤져보니, 사무총장은 편집 내용 수정 권한은 없고 편집후기도 편집회의 참여 시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챗 GPT에도 유권해석을 신청하니 같은 답변이다. 아니, 이 자가 나를 만만하게 본 것일까? 마상을 입은 가슴이 내려가지 않아서 결국 애꿎은 하이볼 '짱셔요' 한 캔을 따고 만다. 나는 그를 용서해야 할까, 아님 단체에다 이의제기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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