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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글리쉬의 이승범 Mar 04. 2019

동남아 사람들은 왜 단순하게 살까?

우리가 과거를 등한 시 하는 이유에 대한 예고편

이 주제는 책(영어는 개소리)에 정말로 넣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내 주장을 펴기에는 아직 논리적 혹은 과학적 근거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앞으로 '언어'라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얘기하고 싶다(상상 이상이다. 이를 이해해야 영어도 잘할 수 있다). 이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많은 이들이 동남아 사람들을 순박(순수하고 꾸밈이 없음)하다, 느리고 여유롭다, 단순하고 행복하게 산다 등으로 표현한다. 그 이유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경제, 관습, 심지어 날씨 등)이 오가지만, 오늘 좀 색다른 주장을 펼치고 싶다.


몇 해전 필리핀에서 친한 동료 교수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물론 영어로) "Matt(내 영어이름), 왜 필리핀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지 아니?"


필리핀 사람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지에 오래 거주하다 보면 대부분은 단순한 영어만을 구사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게다가 필자가 필리핀 대학생들의 에세이들(중간 기말고사 등)을 평가한 경험에 비춰볼 때, 이들은 영어를 잘 못하고 잘못할 때가 많다.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을 안 했던 그때의) 내 대답은..

"글쎄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 동료 교수가 나에게 답을 알려줬다.

"우리 모국어(비사얀_Visayan)가 단순해서 그래~ 그래서 필리핀 사람들의 생각이 영어의 깊이를 따라가지 못해. 그래서 영어를 잘 못하는 거야."
필자가 근무했던 동남아시아의 한 대학의 시험시간


그렇다. 많은 동남아시아의 언어들이 단순하다.


당시만 해도, 지금만큼 언어와 관련된 컨텐츠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터라 깊이 이해가 안 됐었지만, 지금은 이에 대한 논리의 퍼즐을 조금씩 맞춰 나갈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어쩌면 우리에게는 어이없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동남아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지인의 일화이다. 현지인들을 고용하여 사업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다시피, 현지인들은 대부분 게으르다(물론 우리의 기준에서). 그런데 유독 한 현지인만은 그렇지 않았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게다가 고객응대까지도 너무 훌륭하게 잘했다고 한다.

이 현지인을 놓치기 싫은 한국인은 이 친구에게 각별한 애정을 두고 잘 대해줬다고 한다. 어느 날 이 친구가 큰 성과를 내었고 기쁜 마음에 2주 치 급여에 가까운 보너스를 지급해 줬다고 한다.


자! 이제, 보너스를 받은 이 현지인 직원의 반응을 예상해 보자.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지 않았을까?'

그게 우리들의 생각이다. 물론 그 한국인도 그걸 기대하고 특별한 대우를 해줬을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2주 동안 무단으로 결근을 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2주 동안 일을 안 해도 먹고살 수 있으니까? 2주 동안 쉬어도 좋다는 뜻으로 이해해서?

정확한 이유는 그 현지인 직원만이 알겠지만, 사실 상 이런 행동은 그쪽 지역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태이다.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 그냥 현재 혹은 현실에 만족한다. 멀리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하염없이 앉아서 쉰다


같은 지구인인데 생각이 왜 이리 다를까?


이들은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앞에서 말하고자 한 색다른 주장이 바로 이것이다. 이들의 언어 자체가 먼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이들 언어의 시제 표현은 무척 단순하고 미래를 나타내는 어휘도 한정적이고 충분하지 않다.

(개념이 먼저이냐 언어가 먼저이냐는 나중에 논하기로 하자. 일단 상관관계는 있으니까)


많은 이들이 동남아시아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꿈이 없다고..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다고(당장의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너무 자기 (혹은 자기 가족의) 입장만 생각한다고..


(부정적인 것들만 나열했지만, 이들을 비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장점도 있으니까.)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다양하지만, 이런 행태들에 대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의 생각이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할 때도 먼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금 먹고사는 것에만 집중하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당장의 일은 무마할 수 있어도 앞으로 발생하는 더 큰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으며, 폭넓은 타인의 배려도 없다.


이들을 평가하자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단순함'에 대한 '원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용하는 언어가 단순하면, 생각도 단순해진다.


바로 언어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인간의 사고는 대체적으로 언어가 허락하는 만큼만 접근할 수 있다. 그만큼만 발달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언어가 무척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는 축복받은 언어를 쓰고 있다. 우리말은 굉장히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표현력과 유연성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언어이다.


그러면 우리말에는 약점이 없을까?


물론 있다!

오늘의 글은 이를 설명하기 위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우리가 미처 생각치 못했던 이야기.. 바로 다음 글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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