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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글리쉬의 이승범 Feb 28. 2019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우면 안되는 이유 1

융통성없이 답답한 원어민들

어제(2월 27일) 부산영어방송의 'Bravo! My Life!'에 초대되어 15분가량 전화인터뷰를 했다.

부산영어방송 개국 1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 방송에 초대되었으니 영광이었고, 내 책은 신간이지만 다른 작가들의 책은 기존에 출간된 유명한 베스트셀러들이었다.

인터뷰 시간에 강조해서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고자 한다. 




어릴 적 학습지로 공부할 때, 답답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문제를 열심히 풀고 답을 맞춰볼 때, 해설없이 정답만 나와 있는 경우이다. 오답을 정답으로 수정할 기회이지만 오히려 명쾌해지지 않고 더 혼란스러워질 때가 많다.

마찬가지이다.


원어민들은 답만 나와 있는 해설지와 같다(게다가 생각보다 오답도 많다)


많은 영어권 원어민들이 실토한다. 솔직히 본인들도 영어를 왜 그렇게 쓰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고..

설명하기 힘들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우리에게 '왜?'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왜?'가 중요하다.

그 이유는 '왜?'에 대한 해답을 들어야 (즉, 영어를 이해해야) 외워야 하는 것도 줄어들고, 우리 스스로 다른 상황에서 응용 혹은 확장하며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게다가 영어의 깊이도 더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어민들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어린이들은 아니다. 성인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지면에서 할 예정이다.)


원어민들에게 영어를 배우면 효과가 별로 없는 이유는 정말 많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 원어민들과 우리들의 기본적인 생각의 차이를 중심으로 말하고자 한다. 그들에게는 당연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많은 원어민들이 우리에게 영어를 이렇게 하라고 조언한다.

"부끄러워 하지말고 자신있게 말하라"

"틀려도 괜찮으니 마구마구 이야기를 시작해라"

모르는 소리다!

우리는 부끄워서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몰라서 말을 못하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단어로만 말하지 말고 문장으로 만들어서 말하라"


그래 말 잘했다. 그렇다. 우리가 영어에 대해 겁먹는 이유는 바로 그 문장 때문이다.


 우리도 미치도록 말하고 싶다. 니들과 대화 좀 해 보고 싶단 말이다!


우리말은 단어만 나열해도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언어이다. 조사(~는, ~이, ~에서 등)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문장에서의 단어의 역할들이 이 조사들에 의해 명확히 지정된다. 따라서 문장의 구조나 어순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영어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문장에서의 단어의 역할은 자리로 결정된다. 그래서 문장구조와 어순이 무척 중요하다.

아주 기본적인 것으로 설명을 해 보겠다.

I like you.

i(나)는 주어 자리에 쓰였고 you(너)는 목적어 자리에 쓰였다. 이 둘간의 자리를 바꾸면 완전히 다른 뜻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생략해도 안 된다.


하지만 우리말은 '나 너 좋아해'로 말을 한다. 조사로 인해 문장의 순서를 바꾸어도 뜻이 통한다(예; 너를 좋아해 나는). 전혀 문제가 없다. 

여기까지는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우리는 그 이유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람은 어릴적부터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이를 기반으로 생각의 틀이 잡힌다. 쉽게 말해 생각도 자신의 모국어로 주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국어의 원리는 당연시 된다. 오히려 이러한 '너무' 당연함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설명을 해 주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모국어를 영어로 쓰는 이들의 머리 속은 이미 영어식 문장의 구조가 박혀 있다. 더 나아가 원어민들은 문장의 순서가 뒤죽박죽 되어도 뜻이 통한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못한다. 그러니 이미 머리 속에 박힌 그 순서에 맞게 단어만 던지면 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일단 말을 뱉으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책임하게도 말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설명을 제대로 못해준다.

왜? 자신들에게는 너무 당연하니까..


하지만 우리의 머리 속에는(영어식) 문장 구조의 개념이 아예 들어있지 않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원어민들도 잘 모른다)

우리말은 단어만 던지면 뜻이 통한다. 심지어 조사들에 익숙해지면 조사를 생략해도 어떠한 조사가 생략되었는지 유추도 가능해져 더욱 그렇다. 게다가 몇몇 단어는 생략을 해도 듣는 우리끼리는 찰떡같이 알아 듣는다.

그래서 나는 책(영어는 개소리)에서 우리말을 쓰면 창의력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한 것이다. 말을 시작한 김에 책에서 못다한 우리말의 유연함을 더 보여주겠다.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 절하고 
대문 밖을 나~아설 때..

우리는 위와 같이 노래해도 주어가 '나'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신난다. 우리들의 (초)능력을 더 이야기해 보자(왜 초능력이라 표현했는지 다른 글들을 통해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조용한 곳에 오면 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이렇게 조용한 곳에 오면 당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제안하는 상황이라면 두 문장의 뜻은 똑같다. 여기서는 '나'도 '너(you)'이고, '당신'도 '너(you)'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명백히 나(I)라고 얘기했고, 당신(you)이라고 말해 놓고는..

이런 조용한 곳에 오면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대견하게도 모두 위와 같이 받아들인다.

(원어민에게) 번역기를 백번 돌려봐라~ 이 뜻을 너희가 알아차릴 수 있을지..

그래서 우리가 니들보다 융통성이 우수한 거다! 때론 독이 되지만..


그렇다. 우리의 융통성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문장구조를 등한 시 한 것이다. 한국말을 하는 사람끼리는 단어만 대충 나열해도 듣는 (똑똑한) 우리가 다 알아듣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려면 우리의 융통성을 버리고 영어의 단순함(규칙)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영어를 자신있게 뱉을 수 있다. 먼저 영어의 문장 구조에 대한 이해와 연습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실 그 구조는 생각보다 아주 단순하다. 원어민들의 생각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는 뜻이다.

앞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어 볼 것인데, 영어식으로 문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식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한 폐해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을 초래한다. 완전히 관습화되어 있다. 다음 글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더 해볼 것이다. 오늘은 아주 일부분만 이야기 한 것이다.


아쉽지만 할 수 없다. 글이 길면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안 읽을테니 말이다.

영어를 정말로 제대로 하고 싶다면 영어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역으로 우리말의 특징을 먼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어와 우리말의 차이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나아가야 한다. 급하게 하면 더 어렵다.


일단 우리식의 영어를 못 알아듣는 원어민들에게 시원하게 욕이라도 해주고 시작하자.

"그깟 어순 좀 바꿨다고 못 알아 (쳐)먹는 너희들 잘못도 있단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가 맞춰 줘야지.



오늘은 영어문장 구조의 중요성을 아니 중요성만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 방법 등에 대한 글도 더 써 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영어는 개소리'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계속 해 나가면서 독자분들과 소통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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