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에서 수신인 장 앞으로 우편물이 자꾸 날아온다.
밖에 안 나가는 날은 컴퓨터 앞에서 코를 박고
눈이 벌게서 주식장을 보고 있는 장에게 물었다.
이게 뭐야? 자꾸 은행에서 뭐가 날아오는데.
아, 그거, 무시해도 돼. 아무것도 아니야.
뭐 대출받았어?
아니, 조금. 곧 갚을 거야.
은행은 하루만 밀려도 독촉하잖아. 신경 쓰지 마.
돈이 있어도 장에게 줄 돈은 없다.
아파트 분양받아서 이사한 후에 대출금 갚느라고 여유가 없다.
결혼 생활 내내 생활비 준 적은 처음에 중고차 거래했다고 300만 원 준 것 외에는 없다.
오히려 돈 벌러 간다고 우즈베키스탄에 갈 때
1,500만 원을 장에게 줬다. 올 때 빈손으로 온 것을 보니 실크로드 미녀와 살림을 차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혹시 은행에서 왔다고 나를 찾으면
없다고 하고 문 열어 주지 마.
그런 후에 몇 번 더 우편물이 날아왔고
뜯지도 않은 그것이 장의 책상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몇 달 후 장의 말대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벨을 누르며 장을 찾았다.
세 사람이 서있었다.
여기 장 자성 씨 댁이지요?
네, 그런데 어디서 오셨어요?
네, XX 은행에서 나온 사람입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그 사람 지금 없어요. 다음에 오시겠어요?
아, 본인이 아니어도 됩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뭐 좀 전해 드리려고요.
전해주기만 한다고 해서 문을 열어 주었다.
양복 입은 신사 세 사람이 들어오더니
장이 대출금을 안 갚아서 재산을 압류하니
이제부터 이 딱지를 붙이는 것은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신속하게 여기저기 빨간딱지를 붙이고 다닌다.
텔레비전, 옷장, 화장대, 컴퓨터, 냉장고, 세탁기.....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품에 딱지를 붙였는데
전기레인지에는 붙이지 않았다.
밥은 해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최소한의 배려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내게도 일어났다.
밤에 들어온 장을 다그치니 주식을 하느라고
두 은행에서 2,000만 원을 빌렸는데
연체 이자까지 붙어 3,000만 원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후 시동생이 압류재산을 사서 우리에게 다시 사용하게 해 주었다.
대출금은 마련할 길이 없어 장은 신용불량자로 회생신청을 하였다.
자기가 뿌린 씨니 쭉정이라도 수확하든지 말든지 모른 척했다.
가지가지한다.
이제 하다 하다 집에 빨간딱지까지 붙이게 하고
가장이라는 사람이 신용불량자.
이런 상황까지 초래한 장을 두고 볼 수가 없다.
젊고 잘난 장 자성과 사는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하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굴욕과 치욕스러운 상황을 나와 아이들에게 목격하게 한 장을 용서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