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는 봤으니까 이제 자기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고 싶어.
자기 가족들은 한 번도 못 봤는데 우리 부모님부터 보자고?
자기 부모님 먼저 뵙고 우리 부모님 만나자. 우리도 이제 솔직하게 털어놓고
자유롭게 만나면 좋겠어. 자기 부모님께 거짓말하는 것도 싫잖아.
좀 기다려 봐. 우리 생각만 할 수가 없어. 여러 사람이 놀라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아찔해. 나도 그렇지만 자기 가족들은 아마 대들보가 무너지는 충격일 거야.
뭐가 그렇게 놀라운가? 주위에 잘 보면 연상연하 커플이 있어. 배우들, 연예인들 봐, 10년 차는 놀랄 것도 못 돼.
우리가 연예인인가? 연예인이라면 좋겠다. 어차피 남의 눈에 띄는 인생이니까. 나는 딸 하나 데리고 이혼한 교사야, 애들 가르치는 선생님이잖아!
봉 주리는 S를 만나면서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어쩔 수 없이 떠올렸다. 전남편과의 악몽 같은 6년의 쫓고 쫓기는 별거 생활을 쉽게 끝내지 못한 것은 교사라는 직업 때문인 것도 있었다. 그쪽에서 자진해서 놓아주기 전에 법적으로 소송까지 벌이고 싶지 않았다. 부모 형제까지 괴롭히는 바람에 결국 법의 힘을 빌려 끝을 냈지만 아직도 교사가 이혼하고 재혼하는 것에는 사회적 편견에 앞서 봉 주리 자신도 자유롭지 못했다.
격정적인 연애에 지친 봉 주리와 S는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으로 가족들 모두를 조연으로 섭외하고 주변 사람들을 단역으로 캐스팅하여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찍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미 대본의 윤곽은 나와 있지만 두 사람이 짜놓은 구성대로 출연진들이 따라와 줄지는 미지수다. 몇 번의 NG와 액션 장면은 각오하겠지만 언제 OK사인이 떨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