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대본, 시나리오, 조연 캐스팅...... 다 소용없게 돼버렸다.
몇 날밤을 생각하고 고민하던 일이 더 큰 과제로 다가왔다.
나 어제부터 많이 피곤해. 몸도 나른하고 계속 누워 있고만 싶어.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밥도 안 먹고 휴게실에 누워 있었어.
감기 기운이 있나? 얼굴빛이 좀 안 좋은 것도 같고. 잠깐 있어봐. 약국에서 약 좀 사 올게.
아니야, 전에 느꼈던 감기 기운과는 좀 다른 것 같아. 내가 직접 갔다 올게. 차에서 잠깐만 기다려.
한참을 걸려 차로 돌아온 봉 주리는 기쁜 듯, 걱정인 듯 복합적인 표정으로 S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약 사 왔어? 감기몸살이라지? 약 먹고 오늘은 일찍 집에 가서 쉬자.
S야, 이거 봐!
이게 뭐야?
약사에게 증상을 말했더니 약을 먹기 전에 임신 테스트를 해보래. 급한 마음에 건물 화장실 가서 했더니 이렇게 뚜렷이 두 줄이 나왔어. 내가 자기 아기를 가졌어. 이제 어떻게 하지?
정말, 두 줄이면 임신이구나! 어떻게 하긴, 낳아야지, 결혼해야지. 이건 신의 계시야.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빨리 결혼하라는 계시야.
나도 너무 기뻐. 사랑하면 그 사람 닮은 아기를 갖고 싶다는데 나도 그랬었거든. 그런데 이게 마냥 좋아해야 할 일인지 걱정이 앞서. 이상해. 어떻게 임신이 됐지? 내가 나이도 있고 윤아도 있어서 앞날이 어찌 될지 몰라서 조심했잖아.
글쎄 말이야, 그냥 뚫고 나왔나 봐. 대단한 놈이 나올 것 같은데, 분명히 아들일 거야! 하하하.
S는 주리를 꼭 안으며 웃었지만 순간 S의 표정에 스치는 불안감을 봉 주리는 놓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