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_ 그녀가 울고 있다

by 빈자루

"정 차장이 고생이 많아요. 장수 씨 언제 줄꺼야? 부장님이 한 시 되면 바로 보자고 하실 건데."

"팀장님 가시죠. 오늘 CU 맞은편 곰탕집 오픈했다고 하는데 거기 국물이 찐이래요. 너무 피곤하셔서 어떡해... 거기로 가실까요?"

"역시 정 차장 밖에 없네 나는, 고마워요 오늘 점심은 내가. 쏩니다."


현재 시각.

열한 시 오십칠 분.


저들을.


베야하나?






*

스승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베어야 할 것은

나와 나 사이의 공간이라고.


나는 오늘도 그 말의 의미를 뇌까리며

나와 나 사이의 공간에

나를 내민다.


베어야 할 것의 실체를

모른 채.



*

"팀장님. 저 오늘 집에 일이 있어서 일찍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말했다.

"어 장수 씨 고생했어. 어서 들어가."


나는 퇴근길 지하철에 나를 밀어 넣었다.

표정 없는 사람들.

무의미한 광고판.

가차 없는 기다림.


_자기야 오늘 자기가 소소 픽업 갈 수 있지? 소소 봉고차 집 앞 버스 정류장이다. 6시 20분. 늦으면 안 된다.

명월에게서 문자가 왔다.


등을 기댄 사람들.

술에 취한 아저씨.

가방을 멘 중학생.


_장수 씨. 방금 감사실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어. 지금 들어와 봐야 할 것 같아. 혹시 통화돼?

정 차장이었다.


"자기야 미안해. 나 지금 연락이 왔어. 다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

"뭐? 안돼. 오늘 자기가 된다고 했잖아. 나 지금 회사야."

"미안. 나 진짜 급하게 연락이 왔어. 들어가 봐야 해."

명월과의 통화를 마치고 나는 급히 지하철에서 나를 내렸다.

심장이 두근댔다.

"네 차장님. 이대리입니다. 바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일단 들어와. 장수 씨 큰일 났어. 지금 감사실에서 다 뒤지고 난리야. 얼른 들어와."

심장이 쿵쾅거렸다.

지하철이 더뎠다. 정 차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팀장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심장이 조였다.


"과장님. 혹시 통화되십니까? 무슨 일이죠?"

주 과장에게 물었다.

주 과장이 답했다.

"감사실이야. 감사실에서 먼저 움직였어. 당분간 몸을 숨겨. 이곳으로 돌아오지 말고."

"네?"

주 과장이 전화를 끊었다. 재통화가 안 됐다.

나주임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중이었다.

심장이 뛰었다.


역에서 나를 내렸다.

역삼.

사람들 사이를 뛰었다.

대륭의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헤집었다.

계단을 올랐다.


"장수 씨 왜 이제 와. 지난번에 부장님 드렸던 검토 건. 자기가 검토한 거 맞지? 그거 감사실에서 가져갔어. 팀장님 연락도 안되고. 부장님 감사실에 끌려가셨어. 자기 제대로 본 거 맞아?"

정미인이 울고 있었다.


"이장수 씨. 조사가 끝날 때까지 후진사업부 3팀은 폐쇄되었습니다. 당분간 인사부로 출근하세요."

검은 조끼의 남자가 앞을 막았다.

"무슨 일이죠? 저희가 뭘 잘 못했나요?"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결과를 통보하겠습니다. 당분간 이곳은 출입금지입니다."

검은 조끼 남자가 문을 가렸다.


술에 취한 사람들.

속삭이는 연인들.

껌을 씹는 여자와.

다리 꼬은 남자.


나는 다시 사람들 속으로 빨려 들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들었다. 부재중 전화가 스물 다섯 통 찍혀 있었다.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울고 있었다.






https://youtu.be/dTAvWN6qiOw


대문 사진은 다케히코 이누우에 작가님의 베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연인이자 어릴 적 친구 오츠의 그림입니다. 해당 이미지는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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