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_ 점심시간

by 빈자루

현재 시각.

오전 여덜시 사십팔분. 지상까지 168계단 지하 3층. 지하 2층. 지하 1층. 뛰어야 하는 거리 총 285.7미터.


"네 감사합니다."


순대국밥집 할머니한테 전단 받는데 걸리는 시간 약 2초.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약 5초. 읽는 척하고 가방에 넣는데 15초. 남은 시간 1분 13초 82. 나는 살 수 있다. 나는 대륭을 향해 뛰고 있었다.






"장수씨 2분 늦었네."

정미인 차장이었다.

오소리 팀장이 나를 봤다. 그의 눈이 모니터 아래 시계를 향했다.

"죄송합니다."

"어어 그래 그래."

그가 다시 턱을 굈다. 자리로 돌아가 앉을 때 그가 나직이 하품을 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나 누가 출력한 것 좀 갔다 줄래요? 아니 글쎄 복사기가 또 망가졌어. 어휴 그지 같은 회사."

정미인 차장이었다.

어제 주과장과의 결투 후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cctv가 부서져 있었다. 주과장과 나는 시치미를 뗐다. 다행히 오팀장과 정차장은 회사 기물에 큰 애착이 없었다. 다만 정미인 차장이 프린트를 누를 때 마다 누군가 옆의 부서에서 출력물을 가져다 주어야했다.

주과장은 미동이 없었다.

나주임을 봤다. 나주임과 눈이 마주쳤다. 나주임이 조용히 늑태도가 담긴 사물함을 가리켰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났다.

"어머 장수씨. 고마워. 장수씨 집에서도 사랑받겠네."

정미인이 종이를 받아들었다. 출력한 종이에는 호텔 바우처가 찍혀있었다.


현재 시각.

오전 아홉시 사십 사 분.

퇴근 시각까지 여덜시간 십육 분. 136분 후에 밥 먹으러 간다.


"쓰."

오팀장이었다.

정차장이 말했다.

"어머 팀장님 오늘 장이 안 좋네요. 어제 트럼프 때문인가봐요."

"아씨 트럼프. 큰일 났네."

오소리 팀장이 말했다.

"팀장님. 어제 말씀하신 계약서 검토 다 했습니다."

나주임이 말했다.

"어어 거기 놔요 거기 고생했어."

나주임이 돌아왔다.


현재 시각.

오전 열시 십 삼 분.

퇴근 시각까지 일곱시간 사십 칠 분. 밥 먹을 때까지 일백 칠 분 남았다.


"하아아아아아—암."

"무리하시면 안돼요 팀장님. 어제 트럼프 때문에 신경을 너무 쓰셔서 그래."

"아니 머 걱정은... 하여튼 국장은 이래서 안돼."

"그러게요 팀장님. 팀장님 같은 분들이 돈을 버셔야 애국이 되는데... 걱정이에요."

"허허 너무 걱정말아요 정차장. 다 잘 되겠지요."

"장수씨 팀장님 비타민 좀 갔다 드려. 왜 탕비실 자꾸 비워놓고 그래."


현재 시각.

열한시 십 오 분.

퇴근 시각까지 여섯시간 사십 오 분. 밥 시간 사십 오분 전.


"아 맞다. 부장님이 무림맹이랑 사도연합 결산 세금계산서 가지고 오라 그랬는데. 장수씨 그거 다 됐어?"

"예? 팀장님...? 그거... 말씀 안 하셨..."

"내가? 나 정차장한테 말했는데? 전달 안했어? 정차장?"

"장수씨. 장수씨 너무 요새 빠진 거 아니야? 요새 왜 이래 정말 안 그러던 사람이."

"아씨 클났네. 부장님한테 또 혼나겠네."

"죄송합니다 팀장님. 제가 점심시간 전까지 해놓을게요."

"그래 줄래요? 정차장? 역시 정차장 밖에 없어요."

"아닙니다 팀장님. 당연히 제가 해야지요. 그게 제 역할인걸요."

"고마워요 정차장. 그럼 부탁 좀 할게요."

"네 팀장님 걱정마세요."


현재 시각.

열한시 십 육 분.


[이장수씨가 대화에 초대되었습니다.]


정미인 차장 : 진짜 사람 이럴 거야? 왜 팀장님 앞에서 사람 기죽게 만들어?

정미인 차장 : 장수 씨 때문에 나만 욕먹게 생겼잖아.

정미인 차장 : 그런 거 일일이 말해야 챙겨? 자기 지금 몇 년 차야. 자기 초등학생이야?


이장수 대리 :


정미인 차장 : 몰라. 자기가 알아서 책임져. 내가 거의 다 했으니까 자기가 열 두시까지 가져와.


[파일 전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장수 대리 :


[파일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시각.

열한시 사십 육 분.


"팀장님 식사하러 가시죠. 장수씨 아직 안됐어? 내가 정리해서 다 줬잖아."

"어어 가지 가지."

오팀장이 차트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정차장이 고생 많이 했어요. 장수씨 언제 줄꺼야? 부장님이 한 시되면 바로 보자고 하실 건데."

"팀장님 가시죠. 오늘 CU 맞은편 곰탕집 오픈했다고 하는데 거기 국물이 찐이래요. 너무 피곤하셔서 어떡해... 거기로 가실까요?"

"역시 정차장 밖에 없네 나는, 고마워요 오늘 점심은 내가. 쏩니다."


현재 시각.

열한시 오십 칠 분.


저들을.


베야하나?






https://youtu.be/qb3oUrF7NsQ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문사진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베가본드에 나오는 미야모토 무사시의 그림입니다.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