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_ 미안해 명월

by 빈자루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주과장이 말했다.

"이것이 대륭의 논리니까요."

주과장이 일어섰다.

주과장의 시선이 연무장 한복판의 장수에게로 닿아있었다.

장수가.


비틀거리며 위를 보고 있었다.

터진 옷자락 위로

피가 흘렀다.

팔이 흐느적하였다.






주과장이 단 위로 올랐다.

주과장이 나를 보고 말하였다.

"장수. 운명의 잔인한 장난이구나. 나를 향해. 와라."

온 몸의 피로가 겹치었다. 라운드를 거치며 입은 내상보다. 더 깊이 몸을 누르는 것은. 마음이었다.

붉은 얼굴... 주과장...

무림촌부터의 인연이 결국 우릴 이렇게 이끌고 있었다.

"과장님. 저는 이 대결을 원치 않습니다."

내가 말했다.

"원하고 원치 않고는 무림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이것은 숙명이야."

주과장이 말하며 빠르게 돌진했다.

나는 가까스. 주과장에게서 떨어졌다.

"장수. 나를 욕보일 셈이냐?"

주과장이 고개를 꺽고 말했다. 그의 칼이 길게 아래로 뻗어있었다.

"과장님. 이 대결을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건 장문인들의 농간입니다!"

내가 외쳤다.

"너는 무엇을 위해 싸우느냐. 장수. 여직 다른 이들을 대신해 칼을 드느냐."

"그렇습니다! 과장님. 저는 애송이입니다. 자신의 의지를 담지 못한 칼은 짐승의 이빨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택하지 못하는 자를 애송이라고 한다면 저는 영원히 애송이로 남을 것입니다!"

내가 답했다.

주과장이 칼을 떨었다.

"무뢰한. 너야말로 무뢰한이로다. 너의 스승 오온이 그렇게 가르치더냐!"

일갈과 함께 주과장의 칼이 날랐다.

_ 강룡일풍(降龍一風)

붉은 바람이 칼과 함께 일었다.

바람이 귀 밑을 뚫고 지났다.

굉음과 함께 벽이 터졌다.

_ 명월... 미안해...

나는 눈을 감았다.

주과장의 무릎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빡.

뼈 빠이는 소리와 나의 몸이 허공으로 날랐다.

철퍽.

젖은 수건이 아래로 팽개쳐지듯 나의 몸이 바닥에 던져졌다.


"장수. 일어나라. 어서 칼을 들어라."

주과장의 외쳤다.

칼의 서슬이 퍼랬다.

나는 팔을 디뎌 몸통을 간신히 기댔다.

"과장님. 제 의지는 변함없습니다. 저는 과장님을 향해 칼을 겨누지 않을 것입니다."

주과장의 얼굴에 붉은 빛이 돌았다.

"이것이 무림의 법칙이다. 너는 무림을 모욕하는가."

내가 말했다.

"저는 강자지존을 법칙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저의 논리가 아닙니다."

"무림에 대혼란을 가져올 이로구나!"

주과장이 격분하며 달겨들었다.

주과장의 무릎이 크게 날았다.


'미안해... 명월...'

나는 눈을 감았다.




https://youtu.be/bayce4VH0f4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업데이트가 좀 늦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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