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_ 강자지존(強者至尊)

by 빈자루

낑... 헥헥헥헥...


기생문은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자리에 노란 양주 자국이 물들어 있었다. 개들이 그 위에 배를 깔고 앞발을 핥았다.


_ 와.


연무장에 함성이 울렸다. 사냥개들이 사라졌다. 연무장의 중심으로. 나는 걸어갔다.

승진대회의 끝이.

가깝고 있었다.






"삼... 삼 라운드. 이장수 승!"

인사과장이 외쳤다.

군중들이 기립하여 연호를 질렀다.

"이장수."

"이장수."

"이장수."

나는 연호의 중심에 있었다.

"드디어 최종이에요. 다음 상대는 누가 나올까요."

정미인이 오팀장에게 물었다.

"글쎄. 기획과의 박천재나 인사과의 조성실이 아닐까. 지금까지의 기세라면 장수에게도 승산이 있어!"

오팀장이 자신있게 말했다.

"자. 다음 라운드... 대결 상대는..."

인사과장이 말하려다 머뭇거렸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대륭의 수뇌부가 모여 앉은 자리를 보았다. 인사부장이 그를 고개짓으로 불렀다.

"네. 잠시 후. 대결을 속행하겠습니다."

인사과장이 운영 본부로 걸어갔다. 인사부장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눈 과장이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라운드로 돌아왔다.

"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다음 라운드 이장수 대리의 대결 상대를 공개합니다."

인사과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다음 상대는."

과장이 마른 침을 삼켰다.

"후진사업부."

"..."

군중의 시선이 인사과장의 입으로 쏠렸다.

"...주과장."

"..."

"..."

"..."

소음이 일시에 소거하였다.

"..."

"주과장이라니... 장수와 같은 팀이잖아?"

"같은 팀 상사와 대전을 붙인다니. 아무리 대륭이라도 너무 하잖나!"

"둘 중 하나는 죽을 텐데. 같은 동료끼리 피를 보게 할 셈인가?"

"무슨 상관이야. 이기는 놈이 장땡이지. 그게 대륭의 법칙인거 모르나?"

"무효. 이 경기는 무효야 무효."

소란이 피어올랐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다음 대전은 후진사업부 이장수 대. 후진사업부 주과장!"

인사과장이 목소리에 다시 힘을 주었다.

장내 소동이 일었다.

"우... 승자없는 출혈 경쟁... 우..."

사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우... 냉혈한 경영진 물러나라... 우..."


뚜벅.

검은 남자가 라운드에 올랐다. 남자가 떨고 있는 인사과장에게서 마이크를 받았다.

남자가 말했다.

"강자지존."

인사부장 김창수였다.

"그것이 우리 대륭의 기업문화입니다."

김창수가 말을 이었다.

"승진을 위해."

사람들이 말을 삼켰다.

"약한 자가 자리를 내놓는 건 당연한 논리."

김창수가 말했다.

"그것이 싫다면 떠나십시오."

김창수가 마이크를 놓았다.

군중들의 말이 사라졌다.


"이건 말도 안돼. 주과장이라니. 주과장은 장수의 사수잖은가. 팀 내 밥그릇 싸움이라니 이건 팀워크에 위배돼."

오팀장이 앓며 소리냈다.

"팀장님. 이건 아니죠. 다만 좌시만 할 일이 아닙니다."

정미인이 오팀장을 부추겼다.

끙.

"내 한번 부장님과 면담하고 오겠네."

일어서려는 오팀장의 팔을 주과장이 붙잡았다.

"앉으십시요 팀장님."

오팀장이 주과장을 보았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주과장이 말했다.

"이것이 대륭의 논리니까요."

주과장이 일어섰다.

주과장의 시선이 연무장 한복판의 장수에게로 닿아있었다.

장수가.


비틀거리며 위를 보고 있었다.

터진 옷자락 위로

피가 흘렀다.

팔이 흐느적하였다.





https://youtu.be/f9sr6AnovwA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누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륭은 너무 악랄하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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