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 생일, 엄마한테 간다.
아기를 낳고 나서야 뼈저리게 알게 된 사실은, 내 생일이 가장 의미 있는 사람은 나도 아니고, 남자친구도 아니고, 우리 엄마라는 것.
엄마는 어디에나 있고 늘 나를 보고 있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으며 살아가지만,
(어렴풋이 이게 아닌가 싶을 때도 종종 있지만 이렇게 믿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어 흐린 눈을 한 채 그저 덮어두고 믿는다.)
혹시나 아주 혹시나 그렇지 않을 것을 대비하여 엄마가 내 생일에 나를 보고 싶은데 보지 못해 속상할 일이 없도록 어떻게든 기어코 엄마에게 간다.
요새 내가 필요 이상으로 울음이 차있었던 이유가 어쩌면 내 생일 때문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이모님을 못 구하고, 고작 하루이틀을 아기 봐달라고 편히 징징댈 사람(=엄마)이 없어 내내 마음 동동거리고, 겨우 사람을 구하고도 마음에 썩 차지 않아 갈팡질팡하는 일이 스트레스인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하겠지만,
그렇게까지 울어댈 일은 아니라는 남편의 말도 일리가 있다. 하필 생리 주간이라 호르몬의 농간 때문이리라 생각했는데 다 끝난 지금도 계속 이러는 걸 보면 아무래도 생일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나를 낳은 날에 내가 더더욱 보고 싶을 우리 엄마가 너무 가엾고 그리워 살짝 스치기만 해도 자꾸만 눈물이 난다.
남편을 꼭 닮은 둘째가 예뻐 어쩔 줄 모르시는 어머님을 보고 있노라면, 나를 꼭 닮았던 첫째가 놓친 우리 엄마의 사랑이 내내 서럽다.
아기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난 것 같았을 텐데, 엄마가 얼마나 눈을 반짝이며 행복해했을까 상상하면, 엄마 있을 때 빨리 아기를 낳을걸 급작스레 후회하며 미안해졌다가, 아기가 없었기 때문에 엄마의 마지막을 내내 지킬 수 있었잖아 하면서 자꾸만 가슴을 쓸어내린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
무통주사도 없던 그 시절에 28시간을 진통한다는 게 어떤 건지 상상도 안되었었는데,
이번에 둘째를 낳을 때 무통 연결이 끊어져 10 중의 8.7 정도 수준의 진진통을 잠시였지만 쌩으로 느끼면서 알았어.
병실에 난 작은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다던 엄마 말에는 과장이 1도 들어있지 않았었구나.
나를 낳아줘서 고마워.
꼭 안아주고 싶은데..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때 꼭 안아줄게,
라고 말하기엔 그때까지 나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아서.
첫째가 자꾸만 생일에 뭐가 갖고 싶냐고 묻는데,
엄마를 보고싶다는 말을 차마 못 했어.
꿈에 와줘 엄마,
나 좀 안아줘.
보고싶어. 사랑해.
사진 © znkrt,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