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은 그녀 곁에 머물러 있다.
첫 만남에 제주도 흑돼지를 구워 먹을 때,
깍지 끼고 안양 카페촌을 거닐 때,
조수석 등받이를 잔뜩 젖히고 입을 헤 벌리고 있을 때,
갸르릉갸르릉 고양이 닮은 코골이를 할 때,
사랑한다는 말을 애써 숨기려 입술을 앙 다물 때,
새하얀 신발 신고 예쁘다 소리를 연신 읊조릴 때,
나 몰래 수첩에 귀여운 낙서를 끄적거릴 때,
만나기만 하면 내 곁에 찰떡처럼 붙어 있으려 버둥거릴 때,
자주 가는 분식집의 돈가스 한 점을 야무지게 씹을 때,
초록빛 음식은 안 먹는다며 양배추만 골라 먹을 때,
되는 대로 만든 끼니를 요리라며 좋아할 때,
말도 안 되는 걸로 심술부리고 떼쓸 때,
아주 가끔 무서운 집중력으로 일할 때,
싸우고 하루 만에 미안하다며, 울먹거리며 안길 때,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을 때,
나 아닌 다른 사람이나 풍경을 보고 있을 때,
자그마한 피규어 하나에 아이처럼 기뻐할 때,
문구점 뽑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유심히 구경할 때,
머리 말릴 때, 머리 덜 말랐을 때, 머리 다 말랐을 때,
기쁠 때, 슬플 때, 화낼 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멍하니 공허한 눈빛을 할 때,
웃을 때, 울 때, 무표정일 때,
이때, 저때, 그때, 그 모든 때,
단 한 때도 놓치지 않고,
그리고 낙서처럼 ‘때’를 적어 내려가고 있는 이때,
바로 지금, 이 찰나마저도.
내 곁을 지나칠 당신과의 순간순간을 단 한 때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나의 사랑을 그녀 곁에 두고 있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녀와 결혼하기로.
글_강진우(feat. 오규란)
사진_강진우
그림_오규란
자유기고가 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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