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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hri Sep 29. 2015

Interstellar

놀런 감독은 견성했다

작년 하반기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영화  '인터스텔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감동받았고 충격을 받은걸 보면 말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이론이 많이 담겨 있는 영화이지만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시각화하여 관람객들에게 다가간 몇 안 되는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많은 우주 법칙들과 진리에 대한 의구심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한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물리학 논문이 몇 편이 나왔다고 하는 걸 보면 이 영화의 가치가 크다고 주장해도 될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영화계에서 상당한 재능과 영향력을 지닌 감독이란 걸 말로만 들었지 직접적으로 놀란 감독의 영화를 챙겨보지는 않았었다.  '인셉션'의 경우 내가 본 놀란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중 하나였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구운몽, 또는 장자의 호접지몽과 유사한 점이 많다. '매트릭스' 시리즈도 그러하고 '인셉션'도 그러하듯 인간의 자의식에 대한 성찰을 영상으로써 표현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요소가 많다. 자의식에 대한 깨달음은 과거 석가모니나 예수, 데카르트나 칸트 등에 의해 일반인에게 전달되려고 했었고 일반인이 이러한 진리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 심오하여 자칫 허무주의로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워쇼스키 형제는 그것을 액션과 공상과학을 더불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내었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도  '인셉션'이라는 영화로 그 자의식에 대한 고찰을 영상화하는걸 시도했었다. 두 영화 모두 훌륭한 각본과 연출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었고 명작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인터스텔라'는 인간의 자의식 및 존재에 대한 고찰을 넘어 우주 법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다루는 영화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숨이 턱 막히고 우주의 광대함에 자괴감을 느낀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흔히 우리가 블랙홀이나 상대성 이론 등 물리학 이론에 대한 현상들을 접할 때 시각적인 자료보다는 글이나 수식으로써 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현상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더군다나 그러한 현상이 글이나 수식으로 표현이 된다면 난해하고 복잡하다고 느낀다. 단편적인 예를 들어 우리가 4차원이라는 차원을 생각한다고 할 때 물리학이나 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그러한 차원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흔히 살고 있는 3차원의 계에 시간이라는 차원이 더해졌을 뿐인데 그러한 차원이 어떤지를 전혀 가늠하지 못한다. 물리학이나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그 차원에 대한 틀을 그릴 수 있지만 우리는 전혀 그럴 수 없다. 그렇다면 5차원이나 6차원의 계는 어떠하겠는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그런 차원이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막연한 의문점만 가득하고 그것에 대한 쉽고 시각적인 해설을 얻기는 어렵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성공적으로 우리가 궁금해하는 우주 법칙에 대해 시각적인 해설을 선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스텔라'를 보고 난 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영화가 어렵다고 느꼈을 것이다. 나 또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였고 감독도 물론 우주법칙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단편적인 스토리는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기 위해 자손들의 미래를 짊어진 과학자들의 모험담과 자손들에 대한 사랑 이야기이고 여기에 과학적 요소를 더해 연출에 극적인 요소를 더했을 뿐이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견성했다고 느낀 것은 그러한 스토리적 요소가 아닌 그가 실제로 연구하고 고찰했던 우주의 모습에 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블랙홀에 관한 설정을 보면 블랙홀에 근접해 있는 곳과 떨어져 있는 곳의 시간의 흐름이 달라서 블랙홀 근처에서 흐른 몇십 분의 시간이 블랙홀에서 떨어져 있는 곳에서는 몇십 년이 흐른 장면이 나온다. 지금까지 밝혀진 블랙홀에 대한 이론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부분이며 유명 물리학자인 킵손의 자문을 얻어 연출하였으니 충분히 납득이 가고 어느 정도 친숙한 부분이다. 이 영화의 명장면은 웜홀과 블랙홀을 시각화 한 장면이다. 킵손의 연구결과에 따라 웜홀을 통과할 때의 빛의 굴절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블랙홀의 모습을 철저한 과학적 근거에 입각하여  시각화했다는 것은 놀라울 뿐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블랙홀은 '초고밀도의 질량을 가져 공간이 왜곡되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지점' 정도의 수준인데 이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어 우리의 궁금증을 단번에 해소시켰다.

'worm hole' -from 'Interstellar'


물론 놀란 감독과 킵손의 이러한 시각화가 확실한 이론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부분이므로 많은 이들이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웜홀과 블랙홀에 관한 부분은 조금은 어렵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정말 놀란 감독이 견성했다고 느낀 부분은 주인공이 블랙홀에 갇혀 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에 있다. 이  장면뿐만 아니라 스토리가 고조되는 장면에서 주인공과 딸의 텔레파시 같은 연결선이 계속해서 나오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장면에 대한 나의 해석은 이렇다. 고등학교 물리 수준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만유인력의 법칙

'질량이 존재하는 두 물체 사이의 인력은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존재하는 가장 빠른 개체인 빛의 경우 거리가 매우 멀어지면 어찌되었든 속도를 지니는 개체이기 때문에 도달하는 시간이 늦어진다. 내가 다른 은하의 누군가에게 빛으로 연락을 취하고자 한다면 그곳의 존재는 몇 년, 아니 몇억 년 후에 내가 보낸 신호를 받게 된다. 그러면 동시성을 생각했을 때 내가 사라지고 지구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시간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에 다른 은하의 존재는 나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그 존재와 나는 서로 어느 기준시간에 동시에 존재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게 된다. 마치 우리가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 보이는 별빛이  수만, 수억 광년을 거쳐 나에게 도달한 빛이라고 가정했을 때, 내가 현재 이 순간 보고 있는 저 별은 이미 없어진 별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존재와 존재 사이의 인식이 동시에 일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터스텔라'에서는 그것을 중력으로 표현하였다. 앞서 말한 만유인력의 법칙을 돌아보면 질량이 존재하는 두 물체 사이의 힘이 중력인데 질량은 물체가  존재하여야만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내가 존재하고 다른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이 둘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인력이 작용하고 있다. 쉽게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해보겠다. 만약 우리가 나무 막대기를 무한대로 길게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한쪽 끝을 잡고 있고 다른 은하의 어떤 존재가 반대쪽 끝을 잡고 있다면 내가 이 나무 막대기를 밀고 당겼을 때 동시에 다른 은하의 존재도 이 밀고 당김을 즉각적으로 시간차 없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나무 막대기가 인력인 것이고 영화에서 말하는 차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뛰어넘는 중력인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 중력을 사랑으로 확대하여 말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뜬금없이 왜 사랑이 나오냐고 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stuck in black hole-from 'Interstellar'


하지만 난 이 부분에 대해 놀란 감독이 충분히 생각하고 옳은 말을 하였다고 본다. 사랑이라는 건 한 존재와 다른 존재간의 감정적 교감과 끌림이고 이것이 인력, 또는 중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텔레파시도 마찬가지로 이와 같은 원리일 것이다. 우주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면서 놀란 감독은 분명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놀란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영화에 항상 어떠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고 열린 결말처럼 보이는 영화들이 많다. 그만큼 철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본인이 깨달은 많은 부분들을 우리에게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한 것임은 틀림없다. 우주의 가장 기본은 수학이며 우리가 겪는 모든 자연 현상들을 수학으로써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도 분명 어떤 간단한 원리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것이 수식화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 제작 과정에서 그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시각화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달하려고 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인터스텔라'는 인류 문화유산으로 남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 이건 나의 생각과 해석일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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