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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hri Sep 30. 2015

훈련소에서의 첫 전화

3분이었다

딱히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어떻게든 전화를 해보겠다고

총을 그렇게 잘 쐈다

익숙함과 단절된 한 달이

무척이나 괴롭고 힘들어서 그랬다

명령으로 정해진 3분에

기다리고 있을 여자친구의 번호를

먼저 누르고 말았다

2분이었다

하지만 두 번을 다시 걸어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황급히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1분이었다

신호 연결음이 들림과 동시에

보리냐?

하는 엄마의 목소리

번호도 뜨지 않는 집전화로

받자마자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였다

괜찮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그 두마디 밖에 말하지 못했는데

3분을 다 써버리고 말았다

들어가세요

마지막 말을 서둘러 전하고

내무반으로 돌아와

동기들을 부여잡고 펑펑 울었다

얼마나 기다렸으면

번호도 안 뜨는 전화에

내 이름을 부르셨을까

그렇게 다들

엄마 목소리에

애들 마냥 한참을 울었다

아직도 생생한

보리냐? 하는 엄마 목소리

받지도 않은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먼저 건

불효 막심한 아들 놈이었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아직도

엄마 얘기만 나오면

그렇게 울컥하나 보다

이젠 아버지 얘기에

짠해야 하는 나이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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