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기자로 산다는 것

밥벌이의 X 같음에 대하여

by 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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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서의 자긍심, 혹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난 흠집과 PMS가 겹치는 바람에, 나는 지난 한 주 내내 붕어눈이 된 채로 살아야만 했다. 내가 '윗선'의 '오더'를 받아서 '조져야' 하는 회사의 IR 자료와 증권사 분석 보고서와 감사보고서 따위를 보면서, 그리고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심경에 져 버린 나머지 대부분의 내용이 전두엽을 스쳐 지나가 증발하는 것을 느끼면서 줄줄 울었다. 남자친구와 자기 전 통화를 할 때 "고생했네"라는 말을 듣고서는 또 줄줄 울었다. 기자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또 줄줄 울었다. 내 얼굴은 눈물 줄기가 지나가는 고속도로 정도로 무기물화됐다. 없는 이야기를 쓰거나, 작은 흠집을 침소봉대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내 마지막 자존심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지만 비참함은 가시지 않았다. 출발선 자체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버리기 힘들어서 그랬다. 산업부에서 많은 것을 배우긴 했으되, 이런 순간들은 아직도 견디기가 힘들다. 조만간 산업부에서 존엄성에 흠집이 난 사람들끼리 술이나 마시려고 한다. 동기들한테 "너네 월급 벌러 갔다 올게!"라고 재미없는 농담을 해도 해소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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