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알겠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3차 대유행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던 지난해 말, 연합뉴스 속보에서 '코호트 격리' 대신 '동일집단 격리'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고 등줄기에 벼락을 맞은 것 같은 짜릿함을 느꼈다. '동일집단 격리' 쪽이 단번에 와닿고 이해도 잘 됐다. 왜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에서 '쉬운 우리말 사용에 협조해 달라'라고 매번 득달같이 이메일을 보내 다그치는지 알 수 있었다.
기자 일을 하다 보면 '쉬운 우리말 사용에 힘을 보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종종 받곤 한다. 발신자는 문체부 국어정책과. 내용은 기사 제목에 쓰인 외래어나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 달라는 요청이다. 제목이 너무 길어지면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불가피하게 외래어·외국어 단어를 쓸 때도 있고, 업계에서 이미 일상 용어처럼 통용되는 단어까지 순화의 대상으로 지목될 때도 있어서, '좀 억지스럽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우리말 순화의 순기능을 직접 겪어 보고 난 뒤에는 한 번이라도 더 고민을 하게 된다.
기자들이 무식해 빠졌다고 요즘처럼 욕을 많이 먹을 때가 없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단어와 문장과 활자를 가지고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많은 양의 활자화된 정보를 접하다 보면 자연히 '남들도 다 아는 말'에 대한 기준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내가 아니까 남들도 다 알 것이라는 함정이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라는 게 아직 살아 있을 무렵에 "이걸 정말 모른다고?" 싶은 단어들이 심심찮게 순위 창을 점령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쓸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게 맞겠다 싶다. 어쨌든 우리 작업물이 최종적으로 가 닿아야 하는 목적지는 독자 일반이기 때문이다. "독자가 중학교 3학년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라"라는, 누가 가장 먼저 말했는지 모를 언론계 격언(?)도 있지 않은가.
언제부터인가 문체부 이메일 하단에는 이런 내용이 추가됐다. "처음에는 다 낯설게 느껴지지만 최근에 '코호트 격리'도 '동일집단 격리'로 다듬어 많은 언론에서 쓰다 보니 익숙해졌고, 국민들은 뜻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좋아합니다. 힘을 모아 주십시오." 역시 나부터가 제목을 달 때 불필요한 외래어·외국어 순화에 더 공을 들이는 게 좋겠다. 올바른 우리말 쓰기 문화에 힘쓰고 계신 공무원과 연구자 여러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