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고집이 세고 건방진 어린 소녀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제 멋대로여서 부모님의 말을 통 듣지 않았지요. 그러니 좋을 수가 있겠어요?
어느 날 소녀가 부모님께 말했습니다.
"트루데 부인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한 번 가 보고 싶어요. 사람들 이야기로는 부인은 정말 멋진 모습을 한 데다 그 집에는 희한한 것들이 많대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소녀의 부모님은 그 집에 절대로 가서는 안된다고 단단히 일렀습니다.
"트루데 부인은 사악한 여자야. 못된 짓만 저지른단다. 만약 네가 그 집에 간다면 너는 더 이상 우리 아이가 아니다. 그 집에 절대로 가서는 안 돼."
그러나 소녀는 부모님의 당부를 무시하고 트루데 부인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막 부인의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소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얘야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하니?"
"내가 본 것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요."
소녀는 벌벌 떨면서 대답했습니다.
"무얼 보았길래?"
"계단 위에서 시커먼 남자를 보았어요."
"그건 숯쟁이야."
"초록색 남자도 보았어요."
"그건 사냥꾼이고."
"빨간 피를 흘린 남자도 보았어요."
"짐승을 잡는 백정이야."
"오, 트루데 부인. 전 기절초풍할 뻔했어요. 창문으로 보니 부인은 보이지 않고 머리에 시뻘건 불이 붙은 악마가 있는 거예요."
"오호라! 그러니까 네가 단장한 마녀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구나. 나는 네가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단다. 나를 비춰줄 사람이 필요했거든. 나에게 빛을 베풀어다오!"
말을 마친 트루데 부인은 소녀를 장작 토막으로 만들어 불 속에 던져 넣었습니다. 나무가 활활 타오르자 부인은 바짝 다가앉아 불을 쪼이면서 말했습니다.
"아휴 빛이 참 밝기도 하지!"
이 짧지만 섬뜩한 이야기는 그림형제의 민담집에 실린 <트루데 부인(Frau Trude, KHM43)>이다.
동화 속 소녀는 호기심이 많았다. 부모님은 딸에게 선을 넘지 말 것을 경고했지만 소녀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했다. 결국 그 넘치는 호기심 때문에 소녀는 죽음이라는 비극을 맞고 만다.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은 냉정하다. 그곳은 선의로만 가득 차 있지도 그렇다고 위험하다고만도 할 수 없다. 호기심을 따라 세상 깊이 들어갈수록 성장의 여지도 커지지만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책과 영화로 만들어졌던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속 주인공 크리스는 '트루데 부인'속 소녀와 꼭 닮아있다. 크리스는 미국의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는등 평범한 삶을 거부했다. 그는 문명을 뒤로한 채 떠돌이 생활을 하고 종내 알래스카라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자신의 생존을 시험한다. 결론은 그 역시 트루데 부인의 나무토막이 되어 빛으로 산화하고 말았다.
나는 줄곧 모험을 이야기하지만 어디까지가 모험이고 어디서부터가 방종일까? 그 경계를 구분짓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낯선 곳에서는 모든 것이 공포와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평범한 산골 오솔길도, 순한 사슴도, 정체를 알기 전까진 극심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안전은 언제나 최우선 과제였지만 그렇다고 너무 몸을 사리면 여행이 식상해지고 재미없어졌다. 기본적으로 나는 나 자신을 믿어야 했다. 스스로의 판단과 감을 믿어야 했다. 동화 속 소녀에게 그리고 크리스에게 나 자신이 투영되었지만 그들과의 차이점이라면 나는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 나 역시 나무토막으로 산화할 뻔했지만 그래도 지금 살아 있고 나의 경험을 말할 수 있다. 네 번째 장에서는 지난 여행길에서 부닥쳤던 세상 그리고 자연, 그 냉정함에 대해 그래서 내가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