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복잡하게 붐비는 버스에 앉아 있다가 벨을 누르며 옆 사람에게 물었다.
"혹시 내리실 건가요?"
버스는 목적지에 다 와 갔고, 옆 사람 역시 가방을 접길래 내릴 준비를 하는 줄 알았다.
"내리면 일어날께욧!"
벨을 누르는 걸 봤으니 응당 내가 내릴 때인 걸 알았겠다. 그럼 지금 비키면 되지 않나? 아니 그보다 그녀의 쌀쌀맞은 말투 때문에 그만 나의 빈정이 상하고 말았다. 난 상냥하게 물어봤는데 너는 왜 싸가지없게 대답하니? 뭐라도 한 마디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버스에서 내리며 문득 생각했다.
'잠깐! 근데 나는 왜 나의 감정을 타인에게 맡기고 있지?'
퉁명스러운 대답을 들었다고 해서 내가 기분 나빠질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그녀고 나는 나이다.
그러고 보면 감정이라는 녀석은 상대의 태도나 말에 따라 너무나 쉽게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 나를 상냥하게 대하면 신나고, 나를 하찮게 대하면 우울하고, 나에게 못되게 굴면 화가 난다. 감정이라는 녀석은 자신의 중심은 어딨는지도 모른 채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시시때때로 마구 흔들거린다.
대체 왜 나의 기분이 타인에 의해 흔들려야 하지?
남들이 짜증 내든 말든, 기분 좋든 말든, 화를 내든 말든 나는 내 기분을 지켜가면 된다. 그들의 감정은 그들의 몫이고 나의 감정은 나의 몫이다. 지금껏 그 구분을 명확히 못 했기에 사람들과 엮이는 게 괜히 피곤하게 느껴졌었나 보다.
그러니까 말이다. 앞으로 내 기분은 나만 책임지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