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날
아무리 애써도
아무 일도 바뀌지 않던 날들이 있었다.
세상은 그대로였고,
나만 고장 난 것 같았다.
무력감은 그런 날에 찾아왔다.
손끝 하나 움직이기도 힘든,
생각조차 무거운 날.
나는 그걸 한동안 ‘포기’라고 불렀다.
아무것도 못 하겠는 마음.
아무 의욕도 나지 않는 몸.
그런데 시간이 지나 생각했다.
아마 그건
내가 완전히 멈춘 게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쉬는 법을 몰랐던 내가
억지로 멈춘 시간일 수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무력감은 실패가 아니었다.
나를 다시 일으키기 위한
아주 조용한 숨 고르기였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은
사실, 내 마음이 나를 구하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