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부터 피어난 나
처음엔 그저 아팠다.
이유를 몰랐다.
누가 잘못했는지도,
무엇이 나를 이렇게 무너뜨렸는지도.
다만 그때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오래 머물렀다.
상처는 그렇게
내 안에 자리를 잡았다.
사라지지 않고,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사람들은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고 말했지만
시간은 아무것도 고쳐주지 않았다.
시간이라는 건
상처를 지우는 게 아니라,
나를 그 상처와 함께
살아가게 만드는 거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나는
그 고통을 꺼내어 바라보는 연습을 했다.
그때의 나를.
너무 작아서,
너무 서툴러서,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했던 나를.
그렇게 천천히 마주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상처는
내가 약해서 생긴 게 아니었다.
그건 단지
내가 깊이 사랑했고,
진심으로 믿었고,
정말로 버텨냈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상처를 숨기면
그만큼의 나도 함께 숨게 되니까.
이제 나는 안다.
아물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아직도 마음 어딘가가 욱신거리고,
문득 옛날의 기억이 스쳐 가도
괜찮다는 걸.
그 아픔이 나를 약하게 만든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걸.
나는 아픔을 통해 세상을 배웠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배웠다.
그 상처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 모든 시간을 견디며
조금씩 피어났다.
여전히 완전하지 않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나는 살아 있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하다.
더 이상
상처가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
이제 그 상처들은,
내가 다시 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이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