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누가 정해주는 노래만 불러야 돼요
이 말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팬텀싱어 1에서 윤상 프로듀서가 참가자 라이징스타 윤소호에게 했던 이 말은, 어쩌면 내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잘은 모르지만, 당시 윤소호는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선곡과 표현이 아쉬운 느낌이었다.
"라이징스타"라고 하길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싶기도 했지만, 윤상의 말이 쿵, 가슴을 찔렀던 건 그게 왠지 내 이야기 같아서였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하면,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알지 못하면, 평생 남이 주는 것만 할 수 있다는 말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나는 이유를 곰곰이 되새겨 본다.
박사논문 이후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을 때,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멘토는 '학습상담'과 '느린학습자를 위한 상담'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해 주셨다. 학생이었고, 교사였고, 상담사이며, 대학원에서 박사를 졸업할 때까지 결국 평생 학습자로 살고 있는 내게, 이 방향은 필연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이 정말 내 노래인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학업과 학습은 다르며, 사실은 모두가 학습자라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논문을 쓰면서 불교상담이라는 것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내 생의 큰 한 축이었던 '학습'이라는 과제를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느린학습자 상담'이라... 이것은 내 여정에서 채워야 할 빈 공간인건지, 아니면 남이 정해준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인건지 고민이 되었다. 막상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상담을 할 때면, 각자의 자리에서 한발짝 나아가는 순간을 함께 할 때 참으로 반갑고 기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의사소통과 인간관계에 관한 책을 집필하는 과제까지 '주어지고 나니', 이런 경험들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탁월한 사람들을 보며 무한한 존경과 감탄이 흘러나올 때, '아, 나도 탁월해지고 싶은거구나'를 알았기에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의 길을 주욱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떤 분야에서 정점을 찍는 것을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의 탁월함은 정점이라기보다 여러 영역을 넘나들면서 통합적인 시각을 갖고 나와 남을 키워가는 것일 수 있겠다 싶었다.
어쩌면 '남들이 정해 준' 노래를 꾸역꾸역 하다보니
이제는 그 노래를 내 색깔대로 불러보기도 하고
어떤 노래를 불러볼까 골라 보기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언젠간 내게 꼭 맞는 노래를 쓰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학습상담, 느린학습자, 의사소통, 인간관계 - 이 모든 키워드들이 모여 내 고유의 멜로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불교상담이 내 여정의 일부가 되었듯이, 이 새로운 도전들도 내 이야기의 한 장이 되어가고 있다.
윤소호의 기사와 영상들을 찾아보니, 그는 그때 받았던 피드백을 발판 삼아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그가 자신의 노래를 찾아가는 여정을 걸었듯이, 나도 내게 주어진 상황과 제안들을 통해 내 진정한 목소리를 발견해가고 있는 중이다. 남이 정해준 노래를 부르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어가는 것 - 그것이 우리 모두의 여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