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상담실| ‘귀찮다’의 진짜 의미

모르는 것을 지나치고 있는 아이들

by 곰고미

"선생님, 귀찮아요."


중학교 1학년 한 학생이 상담 초기에 자주 하던 말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말은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어요…"라는 마음일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초등 고학년 무렵부터 시작된 작은 이해의 누락이 2~3년만 쌓여도 아이는 또래의 수업 흐름을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 어려움을 직접 표현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대신 "귀찮아"라는 표현으로 감춰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으른 게 아니라 정말로 어려운 겁니다


이 학생은 소리 내어 읽으면 또래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단어 뜻을 묻거나 내용을 정리해보라고 하면 초등 고학년 교과 수준에서 이미 여러 빈틈이 드러났습니다.


부모님은 처음에 아이의 "귀찮아"를 의지 문제로 보셨습니다.

"더 노력하면 되는데 안 하는 거"라고 생각하셨죠.


하지만 상담을 통해 밀착 관찰한 결과, 이 학생에게는 혼자서는 넘기 어려운 이해의 벽이 있었습니다. 한 번 설명으로는 부족하고, 두 번도 모자라고, 천천히 여러 번,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비로소 이해가 시작되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능력'은 사실 매우 높은 수준의 이해 능력입니다.


하지만 이 학생처럼 하나하나 짚어주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이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해 있지 않아서 "이걸 모르는 것 같아요"라고 짚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귀찮아"라는 말로 상황을 덮어두는 경향이 생깁니다. 아이들은 대개 '모르는 걸 감추는 아이'가 아니라, '무엇을 모르는지 아직 스스로 파악하기 어려운 아이'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두 가지 모두 병행되어야 합니다


첫째, 학습 이해를 돕는 과정


중학교 교과서를 억지로 들이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초등학생 수준의 글부터 다시 점검하는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읽을 때는 속도만 보지 않고, 아이의 사고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함께 따라갔습니다.


"방금 읽은 문단에서 꼭 기억해야 할 건 뭐였지?"

"혹시 모르겠는 단어 있었어?"

"이 장면을 한 문장으로 말하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주인공이 느꼈을 감정은 뭐라고 생각해?"


이 질문들은 아이 스스로 "아, 나는 이런 부분이 어렵구나"라는 것을 천천히 느껴보게 하며,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감지하는 능력을 키우는 첫걸음이 됩니다.


둘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무게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말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쟤들은 되는데..." "나는 왜..." 그냥 이 정도의 단문으로만 표현합니다.


모둠 활동에서 친구들이 술술 말하는 걸 보면 부럽습니다. 발표 시간에 손을 번쩍 드는 친구들이 신기합니다. "너는 왜 이것도 몰라?"라는 말에 할 말이 없습니다.


처음엔 화가 납니다. "아, 몰라!" "짜증나!" 툭툭 짜증을 내고 친구들과 부딪힙니다. 사실은 자기도 하고 싶은데 안 되니까 화가 나는 겁니다.


그러다 점점 조용해집니다. 말을 아낍니다. 모둠에서도 가만히 있습니다. 틀릴까 봐, 또 못한다는 소리 들을까 봐.


마지막엔 포기합니다. "귀찮아" 이 한 마디로 모든 걸 덮어버립니다. 더 이상 시도하고 싶지 않다는 신호입니다.


상담실에서는 이런 감정의 흐름을 아이와 함께 마주했습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 답답함, 친구들과 비교되는 그 속상함, 매번 실패하는 것 같은 그 무력감.


이런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놓고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서 "나도 할 수 있구나"를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갔습니다.


누적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단어 하나를 건너뛰고, 문단을 대충 이해하는 일이 반복되면 겉으로는 수업을 따라가는 것 같아도 내용을 붙잡는 힘은 점점 떨어집니다.


그리고 그 누적이 깊어질수록 아이들은 "왜 어려운지"조차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남는 표현이 "귀찮아"뿐입니다.


이 말 뒤에 숨어 있는 신호를 부모님이 알아봐 주시는 것이 아이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


아이의 속도가 느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느린 속도는 '결함'이 아니라 아이의 학습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입니다.


부모님께 하나씩 차근차근 알려주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안내드렸고, 상담실에서는 학습 지원과 함께 친구 관계에서 받은 상처와 좌절감을 다루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능력'은 매우 높은 수준의 이해 능력입니다.


지금 아이가 그것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단계이며, 조금 더 구조화된 도움과 천천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입니다.


아이의 속도를 인정해주고, 맞는 텍스트에서 차근차근 단어와 내용을 점검해주는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조금씩 "모르는 것을 지나치는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아이의 속도에 맞춰 걸어주시는 그 자체가 아이에게는 가장 든든한 성장의 기반이 되어 줄 것입니다.학습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