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는 절차 없이 어떤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어요."
자꾸 머리를 굴리고, 느낌에 머물지 않는 내게 상담자가 말했다.
침울한 느낌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그걸 인지적으로 뭘 알고, 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나도 이론으로는 알고 있었다.
느낌에 머문다는 것. 에 대해 얼마나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해 왔는가...
몸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 상태에 머물다 보면 그 다음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는 걸.
어떻게 가야 할지 내면이 알려준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몸에 딱 붙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진실로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머리로 뭘 자꾸 찾으려 한다는 상담자의 말에 저항감이 일었고,
빨리 다음 상태로 넘어가고 싶었다.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주차를 하다가 차를 박았다.
퍽. 소리가 났고, 차에서 내려보니 범퍼가 주저앉아 있었다.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고
온몸이 덜덜 떨리는 걸 오롯이 느끼면서 가만히ㅡ 있었다.
내가 주저앉지 않으려 하니 우주가 날 주저앉게 한 것만 같았다 ㅎㅎ
가만ㅡ히 있는 동안, 몸을 살피고 그냥 쉬었다.
주말까지 쉬면서 저절로 알아지는 것들이 있었다.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은
주변 사람들과 같이 가는 것. 천천히, 내 속도대로 가는 것.
20대 이후, 그것을 지향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비경쟁을 '최고로 잘' 하려고, 경쟁하고 있었다[?!]
레이스를 달리는 게임에서 이기고 싶지 않아서
그 게임 자체를 안 하겠다고 마음먹고 살아왔다 믿었지만,
그 '안 하겠다'가 또 다른 게임이 되어버렸던 거다.
'경쟁하지 않는 나'를 지키려고 경쟁하는 사람들보다 더 잘하려 했고,
'나답게 살기'에서조차 1등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게임판 밖으로 나가고 싶었는데
게임판을 뒤집어놓고 그 위에서 또 달리고 있었던 거구나 싶어서
허탈하고 헛웃음이 계속 났다.
참내.
온몸이 저릿저릿하고, 계속 쑤신다.
감기는 아닌데 감기 기운 같은 몸살을 지나는 중이다.
학기 말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머리로 그러려니 했던 게 몸으로 다 쏟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아프다.
아픈 채로 있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