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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스타 KM Jul 02. 2023

하루에 두 번씩 나에게 기쁨을 줄 수 있겠니

중도 자폐스펙트럼의 네 번째 수업 시간

생각보다 빨리 전해 들은 희소식!

“선생님, 이제는 세아가 하의(고무줄 반바지와 고무줄치마)를 입을 수 있어요.”

세아의 엄마는 상담할 때, 기뻐하면서 얘기했다.

나 또한 그 얘기를 세아 엄마에게 전하려던 참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 부모상담은 이루어지기에 나는 수업 시간에 세아랑 하의 입는 훈련을 했는데 그녀가 모든 단계를 거치고 마지막 단계에서 손을 엉덩이 쪽으로 가져가서 바지를 올렸다. 어정쩡하게 서있는 그녀였지만 그 모습조차 너무나 기특했다. 기뻤다. 그 순간! 그 찰나!

나는 너무 잘했다고 박수를 치면서 세아의 얼굴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에게 내가 처음 가졌던 직감이 일치했다.

훈련하면 되는 아이. 현재보다는 많은 기능을 해서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던 나의 직감.




오늘의 수업은 소근육과 눈손협응을 위한 집게, 색깔 인지, 신체 명칭이었고, 일상생활훈련은 옷 입기(치마, 바지), 양말 신기, 자신의 가방에 물건 챙겨 지퍼 열고 닫기였다.

모든 활동은 수업 끝난 후 부모상담으로 현재 수준을 말씀드리고, 그녀가 집에서도 할 수 있게 숙제가 있다. 일상생활훈련은 반복적인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루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그녀의 엄마에게도 그녀가 숙제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지만 그녀의 헬퍼에게도 나는 확인했다. 그녀는 헬퍼와 지내는 시간이 많기에 그녀의 헬퍼의 역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녀의 헬퍼는 숙제를 하긴 했는데 매일 하지는 못했다고 솔직하게 얘기해 줬다.


그녀가 좋아하는 고무줄.

나는 두 개의 같은 색깔 컵을 준비했다. 그녀가 볼 때  나는 그 안에 고무줄을 넣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것을 기억했다가 찾는 활동을 하였다. 확률은 50%. 그런데 그녀는 찾을 때가 있기도 했고, 빈 컵을 뒤집기도 했다.

자세히 관찰하니 그녀는 오른쪽에 먼저 반응하였다.

그러니 그녀는 그동안 교육하는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을 거다. 특히 부모는 그녀가 두 개 중에 한 개를 구별하는 것은 할 수 있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찾아야 되는 고무줄이 든 컵을 왼쪽에 놓았다. 그랬더니 그녀는 고무줄을 거의 찾지 못했다.

나는 그녀가 찾기 쉽게 윗 단계로 수업의 수준을 낮췄다.


파란 컵과 노란 컵  

그녀가 파란색의 개념을 인지하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파란색 컵에 계속적으로 고무줄을 넣었고, 그녀가 맞출 때마다 파란색을 말해주었다. 파란색 색종이에 집게를 집는 소근육과 눈손협응 활동도 하였다. 그리고 파란색 달걀 안에 구슬을 넣고 흔들면 파란색을 말해주었다. 이런 활동을 반복하고 있을 때쯤 그녀는 큰 소리로

“파란색”

이라고 말하였다. 이 또한 발음이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파란색을 따라서 소리모방을 한다는 것을 알만큼이었다.

기특했다. 오늘 그녀가 나에게 두 번의 기쁨을 안겨주는구나 싶어 그녀에게 얼마나 칭찬을 쏟아부었는지 모른다.

그녀는 칭찬을 좋아한다. 그녀는 칭찬을 해주면 그것을 아는 듯 얼굴표정이 미세하게 바뀐다.

‘그래, 세아야, 하루에 두 번씩 성장하자. 나에게 하루에 두 번씩 기쁨을 줄 수 있겠니?’




나는 그녀와 수업할 때 몇 번이고 울컥할 때가 있다. 아동은 나이가 주는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실제 조기치료가 이루어져서 효과를 보기도 한다. 효과는 정도마다 차이가 있지만.


그녀의 나이가 20대라는 것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동안 그녀는 많은 치료와 교육을 거쳐왔다는 것. 그것은 달리 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 되는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인데 이런 생각들과 맞물려 그녀가 어렵게 어떤 활동을 하려 하거나 성공해 내는 모습이 가끔은 나를 울컥하게 만든다.

오늘도 난 네가 자립할 수 있는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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