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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 소녀 Oct 24. 2024

4)  현실의 늪

아이들의 세계는 참으로 신비롭고 아름답다. 순수하고 깨끗하고 꾸밈없다. 

마음안에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유아기 시절부터 품에 안았던 애착 이불, 애착인형과는 어디든 함께 하고,  좋아하는 장난감,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친구, 하고싶은 놀이가 무엇인지 명확하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은 항상 꿈과 연결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정녕 그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한창 자동차 모형을 갖고 놀던 그녀의 쌍둥이 아들 중 하나의 6살 적 꿈은 멋진 스포츠카 만드는 자동차 디자이너였고, 유연성 있는 몸을 흔들며 댄스에 한참 푹 빠져 있던 다른 아이의 7살 적 꿈은 가수였다. 

7살 유치원때부터 친구들과 협동심을 키울 겸 놀이삼아 배우기 시작했던 축구는, 8살이 되던 작년 초 까지만 하더라도, 도통 그동안 뭘 배운 건지,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뜀뛰기를 하는 건지 코미디를 하는 건지, 코믹축구 경기를 선사하며 귀여움과 웃음을 줬었다면, 1년이 지난 지금은 제법 나름의 축구 기술을 연마하며,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그녀 정도는 가볍게 이겨 제치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생각해보면, 이런 축구 기술의 향상이야 말로, 그들이 실제 자각한, 꾸준한 노력이 이룩해낸 빛나는 결실의 첫 경험이었고, 그 성취감을 맛 본건지 아님 그저 재미있어 하려는 건지 아무튼 지금 두 아이의 꿈은 축구선수로 변경되었다. 

아마도 이런 경험들이 다른 운동으로, 공부로, 음악으로, 미술로, 반복되는 일상의 여러 행위들 아래 차곡차곡 쌓이고 사유되면서 여러 차례 꿈이 변경되고 바뀌면서 성장하겠지. 책 한권이 집필되듯, 그렇게 그들의 인생도 편집되고 완성을 향해 달려가겠지.


순수한 즐거움과 기쁨, 행복을 꿈으로 쫓을 수 있는 권리는 어린시절에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너의 꿈이 무엇이니, 매년 묻는 어른들의 질문에 아이들은 순수함으로 무장된 꿈을 호기롭게 이야기 하고, 어른들은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어른들의 끄덕거림이 무슨 의미인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아이들은 수없이 꿈꾸기를 반복한다. 

이미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어 있는 그녀의 두 아들들은 요즘엔 시간 날때마다 배드민턴을 친다. 

방과 후 수업에서 배운 배드민턴이 재미있는지 축구에서 배드민턴으로 불이 옮겨 붙어 저녁만 되면 배드민턴을 치러가자 난리인데 언제 또 배드민턴 선수가 될 지 모른다. 

그러다가 엊그제는 집 앞 탄천 농구장, 중고등학교 형아들이 하는 농구가 멋져 보인다며 농구공을 튀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의 호기심을 순순히 쫓아 행동하고 즐거움을 찾는다. 

그리고 즐거움에 따라 꿈을 싣고 떠났다가 시들면 다시 돌아와 다른 꿈을 싣고, 그런 과정을 되풀이하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고, 그것을 쫓고 추구하며 영위하는 삶이 가장 이상적인 해피 엔딩이겠지. 아이들의 관점에서는 이런 삶의 양식이 지극히 상식적일 뿐이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과연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의 꿈을 추구하며 성장한 어른들이 주위에 몇이나 될까? 순수하게 꿈을 쫓으며 성장할 수 있던 여유가, 그녀가 사는 대한민국에 있었던가? 그리고 지금은 있는가? 그녀는 왜 그러지 못했는가?



그녀는 인내심이 부족하고 조급하다. 

아이들은 열심히 꿈을 싣고 나르기를 반복하는데, 그녀는 여타 다른 보통의 부모들과 마찬가지, 아이들을 끈기 있게 기다려주는데 서툴다. 

혹여라도 그녀의 아이들이 뒤쳐질 까봐, 잘못된 꿈을 실을 까봐 생기는 불안감을 기다림으로 잠재우기란 쉽지 않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하던데 그녀의 아들들이 진짜 축구선수라도 된다 하면 어쩌지. 김칫국을 한양 양껏 들이키며 걱정을 사서하고는, 그 걱정은 곧 화살이 되어 아이들에게 날라간다. 


얘들아, 축구는 취미로만 하자. 축구선수는 초등학교 저학년때나 꾸는 꿈이야. 고학년 부터는 영어공부도 해야 하고 할 게 많아져서 축구는 못해. 현실적인 꿈을 꿔야지. 우리 꼬맹이들 서울대 안가? 하버드 안 갈 꺼야? 응?!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인 듯하지만 뼈가 있다. 순수한 즐거움만을 쫓으며 세상을 사는 것은 무지에서 오는 어리숙함이라 치부하며 세상과 타협해야 함을 암시적으로 가르친다. 

방향을 지시한다. 

엄마 말대로 해, 우선은 좋은 대학에 가야 하니까.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꿈을 꿀 수 있으니깐.



** To be continued :)

부분만 발취해서 연결이 좀 메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행복한 하루 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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