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부자라고 함은, 네이버 어학사전에는,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 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여기서 ‘살림이 넉넉함’ 의 기준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고, 상대적일 것이다.
그런데 부자의 기준이 상대적이고 천차만별이라 한들, 우리 모두 돈을 향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엔 과학 기술이 새로운 종교라고 하는데, 거기서 파생되는 돈이야 말로 새로운 신 아닌가 하는 생각 한 조각.
우리 모두는 돈 되는 일은 하고, 돈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돈이 우선시 되고 돈이 되어야 우리는 움직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버는 돈의 양이 우리의 능력, 가치를 갸름하고, 돈으로 인격까지 들먹인다. 꼬맹이 5살짜리 유아들이 영어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어렸을 때부터 능력을 갖추고 성장하여 좋은 회사에 취직하여 결국, 높은 연봉의 삶. 돈 잘 버는 삶. 그것을 기대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영어유치원에 다닐려면 그것도 돈이다. 돈으로 시작해서 돈을 목표로 하는 삶. 안락한 최고급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꿈꾸는 건가.
오늘 아침.
부랴부랴 초딩 2 학년 남아 쌍둥이 학교 보내랴 챙기는데, 하도 꾸물꾸물 늦장을 부리길래,
"얘들아! 옆집에 사는 성현이는 엄마 아빠 둘다 회사 나가시면 8시에 일어나서 혼자 밥먹고, 옷입고 씻고 혼자 학교 간다던데 어떻게 생각해? 좀 서둘러서 스스로 해야 하지 않겠니?!?!”
그랬더니 우리 둘째, “성현이네는 좋겠다. 돈 더 많이 벌 수 있겠네.”
헉.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뭐라고?! 그럼 엄마도 아침마다 나갈까?”
“응! 나가나가나가!”

쟤가 뭘 알고 저런 말을 던지나?
내가 뭘 잘못 가르켰나? 그래, 비교문으로 말한 건 잘못 했다서리.
요즘 집구석에서 끄적끄적 글 쓰고 있는 내가 순간 뜨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어젯 밤 자산이 얼마다, 대출을 어쩌느니 주식 종목이 이러네 저러네 했는데, 남편과의 대화를 들은 것인가?
초딩 남아 둘 엄마의 고역은, 아들들의 막힌 귀. 소리쳐도 안들리는 아이들의 막힌 귀가 가장 큰 애로사항인데, 참으로 신기하게 소곤소근 지들 관련 얘기, 부모들 대화는 어찌 그리 잘 듣는 건지.
아이는 룰룰랄라 웃으며 학교로 출동했는데, 집에 남아 있는 나는, 돈 걱정, 회사 재입사 생각이 추호도 들지 않게 게으르지 않게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며 돈에 관련 글을 쓴다.
** 사십대 소녀는 꿈꾸는 예비 작가로 구멍 뚫린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오다가 이제서야 천천히 구멍 메꾸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여정을 함께 나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