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해 줘서 고마워요
10월 모일의 일이다.
모처럼 산책을 나갔는데 불쑥 남편이 말을 꺼낸다.
“자형(누나의 남편을 이르는 말)이 11월 O일에 밥 먹으러 오라네?”
지난 주말에 꽉 막힌 도로 탓에 (가는 데만)두 시간 걸려 다녀온 형님(남편의 누나를 이르는 말)네에 또 가자고 하니 의아하다.
“아니 왜?”
“어. 그날이 결혼 30주년이래.”
나는 순간 참지 못하고 발끈한다. “결혼 30주년인데 우리가 왜? 부부가 애들하고 잘 보내면 되지.”
남편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기념할만한 날이니까 다 같이 모여서 축하해 주면 되지 그게 그렇게 안될 일이야? 가족인데…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나 혼자 갈게. “
시누이 부부의 결혼 30주년까지 직접 가서 축하해줘야 하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더 말을 보태봤자 서로 감정만 상할 테니 그만 입을 닫고 혼자 맘을 다독인다.
결혼 30주년이 대수면 우리 부모님은, 이제 보자… 74년에 결혼하셨으니까… 뭐야. 50주년이잖아?!!
마침 형님네 결혼기념일 다음날이 부모님의 50주년 결혼기념일이다.
화제는 금세 전환된다.
“자기야, 우리 부모님 올해 50주년이야.”
“그래? 그러면 챙겨야지. "(많은 말 이하 생략)
다음날 낮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올해 결혼 50주년이데?”라고 말을 시작하자,
“어. 그렇더라.” 하며 웃으신다.
알고 계셨구나. 성격상 절대 먼저 이야길 꺼내시지는 않을 스타일.
모르고 넘어갔으면 어쩔 뻔? 모골이 송연하다.
시누이의 30주년 결혼기념일 초대.. 해주셔서 아니, 타이밍 감사합니다.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