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
“걷는 거 좋아하세요?”
세 번째 만남쯤이었나, 내가 했던 질문이다.
“그럼요. 걷는 거 싫어하면 지리산 종주까지 했겠습니까? 하하하”
걷기를 좋아한다는 그 말을 나는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던 그가 언제부턴가 나가서 걷자고 하면 힘들다고 나중에 가잔다. 발이 아프다고. 자기 평발이라고.
그래도 끌고 나가면 세상 귀찮은 사람처럼 터덜터덜 걷는 게 보기 싫어서 묘안을 냈다.
남편은 등과 허리가 뭉친다고 자주 눌러달라고 하는가 하면, 골프를 치고 온 날은 숫제 앓는 소리를 낸다.
“자기가 좋아하는 마사지받고 싶으면 내가 좋아하는 것도 하나 해줘.”
그날부터 우리 집에는 상호 용역 교환 시스템이 등장하게 되었으니 마사지와 산책 얘기다. 내가 5분간 마사지를 해주면 남편은 20분 내외의 산책(동행) 쿠폰 하나를 발급한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물질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약속으로 존재하는 쿠폰이다(그래도 부부 사이 이 정도 신용은 있어야).
어제는 발을 만져 달라기에,
“그럼 산책 쿠폰 발급 돼?”
“아니 그냥 발 좀 잠깐 만져달라는 건데. 등 마사지는 이따가 받든가… (말끝을 흐린다)”
“그럼 싫어…. 아, 이따가 마사지받는다고 확실하게 약속하면 발 좀 만져줄게.”(이건 거의 판촉 활동)
“알았어.”
이윽고, 마사지 시간.
시작할 때 스톱워치를 켜고 5분이 아닌 5분 30초쯤에 마사지를 멈춘다.
"고객님, 서비스로 30초 더 넣어드렸어요."
지속적인 영업을 위해 서비스는 필수! (202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