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궁금증 1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가끔 기사님들이 마주 오는 버스를 향해, 정확히는 그 버스의 기사님을 향해 손인사를 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나는 궁금했다. 저 인사는 어떤 의미인가. 교통 상황에 대한 일종의 수신호인가, 응원과 연대의 표시인가. 그렇다고 또 되게 궁금했던 건 아니라 버스에서 내리고 나면 까맣게 잊어버렸다.
오래된 사소한 궁금증이 해결된 것은 지난 10월의 일이다. 나는 제주도 여행 중이었고 제주도에 사는 친구의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버스를 탈 일이 많지는 않았음에도 운 좋게(?) 그 버스에 탑승하게 된 것이다.
버스 안은 한산했고 딱히 시선을 둘 곳이 없던 내 눈에 기사님의 모습이 또렷이 들어왔다. 언뜻 봐도 꽤 젊어 보이는 이른바 MZ. 중년보다 청년 쪽에 한참 가까운 기사님의 모습이 참신하다고 느끼며 제주도의 풍경과 함께 흔들흔들 나아가고 있던 그때.
멀리서 달려오던 반대편 차선의 버스가 코앞까지 가까워오자, 그 기사님은 왼손을 들더니 세차게 흔들었다. 그것은 그동안 내가 보아온 기사님들의 손인사와는 달랐는데 기존의 인사가 손을 잠깐 드는 정도라면 그것은 정말로 인사였다. 다소 신나는 감정을 곁들인.
그제야 오랜 궁금증이 풀렸다. 알고 보니 너무 당연해서 스스로 멋쩍을 정도였다. 그 행위의 본질은 '반가움'이었다. 물론 그 반가움 안에는 안전운전을 기원하는 응원도 있을 것이고 같은 직종에 몸담고 있는 사람끼리의 연대감도 있을 것인데 일상용어로 바꿔 말하면 그냥 반가움이었다.
기껏해야 5층 건물에 불과한 학교 안에서도 우연히 복도에서 친한 선생님을 마주치면 얼마나 반가운데. 수십 킬로 구간에 이어지는 긴 노선을 운행하면서 동료를 마주치면, 게다가 운전이라는 외로운 행위 속에서 오롯이 혼자였던 그들인데, 반갑지 않을 리가.
젊은 기사님이 한껏 감정을 담아 흔든 그 손짓 덕분에 나의 오랜 궁금증이 풀렸다. 우리는 잘 모르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사는 건 어쩌면 거기서 거기. 버스 기사들은 서로 반가워서 손을 흔든다. (2024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