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온 경력과는 연계되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을까요?
Q. 공직에 있습니다. 제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는 글로벌 외국계 조직의 HR이나 마케팅 역으로 입사하고 싶습니다. 그간 쌓아온 경력과는 연계되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을까요?
A. 보내주신 DM 미루어보아 독자님께서는 자기효능감이 높고, 본인에 대한 메타인지가 잘 이뤄지는 분 같으세요.
사기업으로 옮기게 되었을 때 맞닥뜨릴 챌린지도 디테일하게 그리고 계시고 무엇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기 싫은 것을 구분 짓고 있으시잖아요.
그러니 이미 몇 발이나 앞서 나가고 계신 거고 더군다나 선망하는 기업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계신 것도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공교롭게 언급하신 기업 현직자인 친구가 있었는데 연락이 끊긴 지 오래라 아직 근무 중인지 모르겠습니다.
해당 기업 입사 전에 작은 개인 비즈니스를 론칭 해본 적이 있고, 소규모 컨설팅 에이전시에 근무 하다 세일즈 역으로 입사하게 되었는데, 입사 비결을 묻자 작더라도 비즈니스를 운영해본 경험이 인터뷰 때 스토리텔링 하기 좋았다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선망하는 기업(들)이 명확하다면 링크드인에서 현직자들 프로필을 일일이 열람하면서 그 기업 입사 전에 어떤 백그라운드를 거쳤는지 확인하면서 대략적으로나마 아, 이 조직이 원하는 결이 이렇구나- 라는 리서치를 하시는 일인데, 이미 실행력 넘쳐흐르는 독자님께서는 그렇게 하고 계실 겁니다.
여기서부터 공유해 드리는 생각은 주변인들의 커리어를 들여다보았을 때의 감상입니다.
일반화는 아니니 편하게 보시길 바랍니다.
몇 군데 선망 기업을 정하고 링크드인 통해 현직자들 프로필 열람하시면서 커리어 패스 확인하셨을 때 이제 이런 생각이 드실 거예요.
어떻게 진입해야 하지?
독자님께서 업무 경력을 쌓고 선망하는 외국계 기업들의 마케팅 역으로 이직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려를 하고 계시는가 궁금합니다.
관련 경력 없이 엔트리레벨로 입사하는 경우도 당연히 있을 것이며, 독자님 이력을 보았을 때 그 누가 보더라도 본인의 삶을 훌륭히 가꾸시고 최선을 다한 분이라는 걸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엠으로나마 짧게 대화 나눈 저조차도 이렇게 느끼는데 독자님 같은 후보를 마다할 조직이 있을까요.
그러나 누군가의 무한한 가능성을 예단하거나 무심코라도 견주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독자님께서 주신 첫 번째 질문(가능성이 있을까요?) 대해서는 겸허히 말을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해당 업계 (HR, 마케팅) 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분이라 할지라도 뾰족한 답변을 드리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별개로 선망하는 외국계 기업(들)에서 만약 마케팅 경력을, 단 1-2년이라도 필요로 할 경우, 선망하는 곳이 아닌 조직에서 경력 쌓기만을 위해 본인의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을 들이실 계획도 있으신가 디엠을 읽으면서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라고 한다면 기회의 폭은 당연히 넓어질 텐데, 그 기회의 폭이라는 게 독자님의 지향점과는 사뭇 다를 수도 있습니다.
콜드 이메일을 통해 현직자와 커피챗을 하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마케팅 펑션의 어느 포지션을 제안 받았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런데 그 포지션이 1년 계약직 일 수 있고, 인턴일 수도 있고, 시즈널 계약 사원일 수도 있습니다.
외국계 조직에서 비교적 긴 프로베이션 기간을 두는 이유는 우리나라 공채같이 시험, 그룹면접과 같은 채용 프로세스를 통해 후보를 검증할 여력이 없어서라고 보았습니다.
독자님께서는 탄탄한 시스템 위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을 이미 경험하셨고, 사회에서 흔히 규정하는 불안정한 포지션으로 근로 하신 적이 없으셨을 것으로 짐작이 가서 혹시 명확하게 그리고 계신 기업과 직무로 입사하시기 전까지 그동안 영위하셨던 바와 지향점에 현저한 갭이 있을 수 있는 status 를 잠시나마 받아들이실 수 있을지 이 역시도 플랜 B로 잡고 계신지 싶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알게 된 그 분이 디엠을 주신 건가? 싶을 정도로 독자님과 똑 닮은 분이 계시는데, 탈조 한다는 목표 하나로 공직 면직 후 간호 쪽으로 턴오버 하신 분이 있으시거든요.
그 분이 한국 뜨기 전까지 겪을 챌린지를 생생히 그려볼 수 있는데 (친언니가 간호 쪽에서 어떻게 커리어 쌓았는지 다 보았기 때문에) 그 분도 아시거든요.
어떤 고통이 따를지. 그걸 알면서도 '한국 뜬다'라는 일념 아래 과감하게 턴오버 하는 과정을 보면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HR, 마케팅 역 구분 없이 독자님께서 지향하시는 명확한 목표에 부합하시는 패스 (이게 플랜 A일 것으러 사려가 됩니다) 로 정주행 하시려면 수많은 채용공고를 보시고 레주메를 넣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다 과거가 되었지만... 비교적 최근의 이직 경험까지 합하면 '이렇게까지 많은 곳에 문을 두드리고 면접을 보고 헤드헌터들과 통화를 한 게 실화인가? 이렇게 게으른 내가?' 싶을 정도로 저와 '쪼'가 맞는 조직을 찾기 위해 고개를 들이밀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제 나이대가 되면 업계를 바꾸는 것도 직무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저 나이에 왜 엔트리 레벨로 들어와서 저러고 있을까? 라는 시선으로 본 동기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그 친구들이 생각하는 '그 나이'에 업계, 직무 바꿔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잡는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모르기 때문일 거에요..
한국어까지 합해서 4개 국어 스킬 셋이 있으신데 당장 그 중 3가지 언어로 업무가 가능하시잖아요.
분명 나머지 언어 실력도 월등하지만 겸손하게 낮추신 걸 거고요.
아티클 통틀어 싱가포르의 일본어 수요에 대해서 언급 하였고 (부럽습니다) 이 역시도 여러 아티클 통틀어 공유해 드렸던 것처럼 다국어 구사자 분들 특히 일어 가능하신 분들의 경우 다국적 기업의 채용 리쿠르터로 근무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만약 독자님의 여러 스탠더드 중 가장 지향하고 싶은 우선순위가 글로벌 외국계라고 한다면, 현재 가지고 계신 다국어 구사 능력은 제가 보았을 때는 충분히 묘사하신 취업의 '코어'로 두셔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용절감 등 연유로 중국 리전에서 한국, 일본을 아우르게 하거나 혹은 한국, 일본을 하나의 리전으로 묶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혹여 독자님께서 HR 쪽으로 조금 더 마음이 기운다고 하셨을 때 충분히 추진해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으시고 자신감도 있으시다고 저에게는 보여지고 있습니다.
현직자 분들과 (대학 선배분들) 콜드 이메일 통해 인스턴트나마 일단 관계 형성이 되셨다면, 회사 분위기에 대해 러닝하는 정도는 가능하시겠지만, 우선은 면접을 앞두고 계셔야 실제적인 팁들을 독자님 입장에서도 여쭈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기버 입장에서도 가이드를 드리기가 편할 거고요.
그 전에는 해당 기업에 입사하기 전 대학 선배분들이 밟으신 경로를 러닝하시는 정도도 충분하실 것 같아요.
이 또한 일반화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재직했던 외국계들, 제가 면접 프로세스를 거쳤던 모든 조직들을 통틀어 후보에게 바라는 우선순위는 결국엔 work experience 로 귀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해당 직무와 직결되는 work experience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조인하는 소수의 친구들을 보면, 인터뷰에서 스토리텔링으로 승부를 보는 경우가 많았고,
(위에서 언급한 지인도 소규모 개인 비즈니스를 통해 이미 브랜드 론칭, 마케팅, 세일즈에 대한 이니셔티브가 갖춰져 있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독자님의 공직에서의 경험 역시 스토리텔링으로 충분히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직무와 직결되는 work experience 확보가 되어 있다면 이전 직장의 규모나 그 조직에서의 status 보다는 이미 외국계 조직의 프로토콜에 익숙하다는 점이 어필이 크게 되고 (참고로 경력 쌓은 조직에서 정규로 일했다기보다 아르바이트, 인턴, 계약직 사원, 시즈널 스탭, 파견직 등) 만일 전 직장이 외국계 조직이 아니었다면 해당 직무를 (hr이면 hr, 마케팅이면 마케팅, 오더 관리면 오더 관리) 조금이라도 수행해본 직무 경험이 크게 어필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론편 아티클 어딘가에 썼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함께 근무했던 젠지 동료들 몇몇이 이미 외국계 조직에 몸담고 있어서 외국계의 프로토콜에 매우 익숙하다는 강점이 있는데! 그 놈의 영어 문제! 때문에 여러 기회를 추진해보지 않는 것이 크게 안타까웠던 적이 있었어요 (쓰면서 또 화나네요. 제가 이렇게 오지랍이... 좋은 동생들이었어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말이 좀 돌아왔지만, 독자님의 여러 플랜 중 work experience 를 쌓는 것도 개중 하나라면, 그리고 당분간 부합하지 않는 status 를 기꺼이 감수할 플랜도 있으시다면 외국계 조직에서 근무 경험을 쌓으시는 것도 현실적인 기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status가 어떻건 프로토콜을 익히고 분위기를 본다는 것 자체에서 러닝하시는 바가 매우 크실 거예요.
사초년생 때 국내 광고홍보 에이전시 다니던 햇병아리 사원인 저조차도 외국계 클라이언트 분들 오피스로 외근 따라가면 기업 분위기가 느껴지곤 했거든요.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있다는 것에서 러닝할 수 있는 실제적인 팁의 퀄리티가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참 부럽다고 느껴진 부분이 스피치 영역이거든요. 이거 정말 귀한 스킬 셋입니다. 타고나지 않은 경우에 부단하게 노력해야 하는데 이미 독자님은 확보하고 계시잖아요.
서비스업 쪽은 잘 맞지 않으실 것 같다고 인지하고 계시고 이 또한 본인께서 치열하게 사회생활 하지 않으셨다면 모르셨을 겁니다.
다만 PT 능력이 좋으시다면 서비스업 쪽에서 러닝 앤 디벨롭먼트 트레이너 혹은 리테일 트레이너 등 강점을 살릴만한 직무도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귀띔 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폭넓게 CS, 세일즈... 서비스업이 엔트리레벨로 진입이 쉽고 그만큼 커리어 패스 스테핑 스톤으로 삼는 경우도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떤 외국계든 리더십 레벨로 승진, 보직 이동은 치열한 경쟁이 따릅니다. 서비스업 이라고 하면 툭 까놓고 낮게 보는 무식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그들이 글로벌 외국계 조직의 생리를 모르기에 오는 무지함 혹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심함에서 오는 태도라고 봅니다.
독자님 디엠 읽으면서 진심으로 즐거웠습니다.
본인의 삶에 최선을 다하시는 분의 아우라를 느끼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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