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줄기를 따라 흐르는 빗줄기
나뭇잎 끝으로 모여든 작은 물방울
말없이 내려앉는 이 길에
내 마음의 찌꺼기들 스르르 흘러간다.
걸음은 사뿐사뿐, 우산은 슬며시
고요함 속에 스며드는 빗소리처럼
어지러운 내 생각도
이 길을 따라 흘러갈 수 있기를
흙냄새도 가셔 청명한 공기처럼
후회와 두려움, 지나간 아쉬움도
빗물에 씻겨 내려
다시 맑아진 내 마음을 찾을 수 있기를
오늘도 내리는 비는 여전하고
길은 그대로이다.
나는 가볍게, 한결 깨끗해진 마음으로
조용히 이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