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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한 숲 Jun 10. 2023

슬기로운 육아생활

엄마여서 좋은 이유_버킷리스트

26개월인 우리 딸들은 요즘 들어 무척, 자주 떼를 쓴다.


전날 첫째 녀석이 떼를 쓰면 그다음 날 둘째 녀석이 바통을 받아 떼를 쓴다. 둘이 한꺼번에 떼를 쓰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의 생떼를 보면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자, 나는 없다 등등 여러 가지 정신 상태로 버텨보지만, 연이어 생떼 공격을 당하면 나도 모르게 진이 빠지고 나 스스로 통제 불가할 때가 있다.


바로 그저께 일이다. 사실 전날 속으로 육두문자를 생각했다. 그다음 날 생떼 공격을 받았을 땐 입 밖으로 육 두 문자가 튀어나왔다. 목소리가 작았고, 아직 말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는 것이 나한테도 큰 충격이었다. 아, 나도 밑바닥까지 갔구나 하는 느낌과 동시에 인간애를 상실한 기분이었다. 아이에게 사과했지만 그 찜찜한 기분은 금세 떨쳐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찜찜한 기분은 또다시 아이의 생떼를 마주하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이건 또 뭥미?). 사랑이 또 다른 사랑으로 잊히는 것이 아닌 생떼가 또 다른 생떼로 잊히고, 육아의 고민은 또 다른 육아의 고민으로 잊힌다. 


육아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쓰는 방법은 바로 나한테 집중하는 일이다. 그야말로 육아의 장점 중 최고의 장점은 아이를 빙자해 엄마의 사심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인데, 바로 영어공부. 영어공부를 시작한 동기가 엄마표 영어였는데 그전에는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다 보니 영어공부가 항상 지지부진하게 끝이 났었는데 이번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니 힘들어도 영어공부를 계속해 나가게 된다. 


나는 성향상 뭔가에 잘 빠져들진 않는데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고 나서 내가 거기 빠져들지 못하면 영어 공부가 지속되지 않겠구나를 느끼고 나서 웬만한 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나가려고 한다. 번개에도 참가하다 보니 유명한 영어 선생님들도 만나는 일들도 종종 생긴다. 그런 분들을 뵈면 나도 모르게 이 정도면 진짜 성공한 인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성공이 뭐 별 건가?).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내가 운동을 하고 자기 계발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게 된 것도 모두 엄마가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혼자 또는 아이가 없이 부부만 살았다면 이렇게 하루를 치열하게,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만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임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이 하나씩 더 늘어날 때마다 내 마음은 얼마나 기쁘고 애들이 기특했던가! (부모는 모두 팔불출) 몸도 못 가누고 걷지도 못하던 아이가 나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다니..... 형용할 수 없는 벅차오름은 내가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육아는 엄청난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가 소모되는 동시에 자기 초월적인 절제력이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육아가 힘들다고 느끼는 점은 바로 이 두 가지가 부족하기 때문 아닐까? (이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지진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마는...) 무한 긍정과 (육아 스트레스를 잊는) 망각만이 육아를 버티는 힘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생떼를 잊고 엄마가 되어 좋았던 점만을 기억하며 이 글을 쓴다.


P.S 얼마 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보톡스를 맞은 것처럼 퉁퉁 부어올랐다. 입꼬리 주변이 좀 처진 느낌을 받았다. 마치 불도그처럼.... 피부가 부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피부과 선생님께서는 부은 게 아니라고 하셨다. 남편은 아무래도 내가 요즘 육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아무래도 노화가 온 것 같다. 노화가 올 나이인 건 맞는데... 이거 원인이 다른 데 있는 거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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