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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한 숲 May 10. 2024

다시 대학을 다닙니다

쌍둥맘의 새로운 도전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지 꽤 됐다. 글을 쓰지 않은 동안 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바로.... 사이버 대학에 편입을 한 것이다.


작년부터 남편과 나는 앞으로 내가 무얼 먹고살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박사를 할까? 아니면 사업을 해볼까? 통번역 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기도 하고,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하기엔 너무 시간이 없고, 또 통번역이라는 것이 많이 벌려면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 이런저런 가능성을 얘기해 보았다.


어느 날 내가 남편에게 한국어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반대할 줄 알았던 남편이 의외로 선뜻 동의해 주었다. 그렇게 말 나온 김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한국어 다문화학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이미 그쪽 길을 가고 있던 친구의 추천을 받아 사이버대학에 들어갔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그동안 못 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어야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통번역 대학원을 준비하느라 바빴고, 졸업을 하고 나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못하고 있었고, 다문화 쪽은 순전히 아이들 때문에 관심을 가기지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가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 집 아이들이 있는 반에도 엄마가 베트남분이신 아이가 있는데 엄마 아빠가 바쁘시다 보니 항상 외할머니가 아이의 등하원을 책임지신다. 그 베트남 할머니를 뵐 때면 항상 먼가 말을 걸어보고 싶은데 내가 베트남어를 하지 못하니 그저 베트남 여행 갈 때 배운 인사만 겨우 하고 있다. 베트남어는 왜 또 그렇게 어려운지... 지금 영어를 공부하고 있어 다른 언어를 배울 수 없지만, 언젠가 한번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다문화 쪽도 전망이 괜찮다는 생각도 들고, 또 여러 나라 사람들과 이웃으로 살다 보니 이분들한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사이번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까지 결심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사이버대에 들어와 보니... 한국어는 왜 이렇게 어렵고, 수업을 왜 이렇게 많으며 나는 왜 이렇게 시간이 없는지.... 일주일에 5과목 듣기도 빠듯하고 중간고사 기간에는 시험 때 생전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장염에 걸리기도 했다. 심지어 4월 모꼬지 때 목감기에 걸려 나는 백치 아다다처럼 말 한마디를 못했고 이 감기는 중간고사 끝날 때쯤 나았다. 거의 3주 정도....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통번역 강의에도 도전했다. 사실 지금 그 강의를 하고 돌아와서 글을 쓰고 있다. 거의 두 달간 지방에 내려가서 거기 있는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통번역 강의를 하는 거였는데, 거리가 멀었지만 남편도 좋은 기회라며 가보라고 하기도 하고, 이주 여성들한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가기로 했다.


하지만, 결론은..... 내가 너무 성급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3번 강의하고 다른 강사로 교체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교체 사유는 자신들이 생각했던 방향이랑 좀 다르다는 이유라는데.... 음... 내가 너무 열정이 과했나 싶기도 하고, 그들(기관 쪽 사람들)이 통번역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구나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한편에 있지만, 나는 그냥 세 번이라도 강의한 것에 만족한다.


프리랜서를 하다 보면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도 있다 보니 인이 박혀서 그런 걸 수 도 있는데.. 내가 그냥 이런 상황에 화가 나지 않는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강의 준비를 많이 해야 하기도 했고, 거리도 멀어서 3일은 지방에 내려와 있어 되다 보니 아이들은 그야말로 엄마 없는 티를 팍팍 내고 있더라. 소풍 때 원복을 입고 가야 되는 데 우리 애들 포함해서 딱, 엄마 없는 아이들만 딴 옷을 입고 왔더라는... 내가 없는 사이 시어머님도 아이들 등원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씩 왔다 갔다 해야 했고, 어린이집에서 오는 연락은 왜 이렇게 많은지... 남편은 남편대로 애들이 힘들어하니깐 또 힘들어하고... 친정 (친정이 있는 지방이었음)에서 강의하러 갈 장소는 왜 이렇게 먼지... 갈 때는 새벽 5시에 나가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막상 도착하면 어디에 들어가 있기엔 시간이 애매하여 2시간 전에 강의하는 곳이 도착해서 있어야 됐고,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 틀린 말을 교정하고 담날 강의 준비를 해주다 보면 강의를 들을 시간이 전혀 없다. 강의는 출퇴근하며 겨우 들었다며...


이런 상황이니  나도 내가 7주 동안 이  생활을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16번 강의 중 3번 하고 잘려서 기분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그냥 안 가도 좋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만약 내가 이쪽에 관심이 없었다면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한국어에 대해 모르는 게 많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런 강의는 나가지 않을 생각이다. 잘려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통해 정말 제대로 공부해서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도 나름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브런치에 지금의 기분을 남기고 싶어 오래간만에 글을 써 본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평범한 대학생으로 ㅋㅋㅋㅋ (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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