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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May 11. 2023

이제야 깨달은 진짜 내 소심한 성격

몰랐던 내 성격의 진실

외국에 나와보니 지난 평생 오해하고 있었던 내 성격의 진실을 마주한다.

나는 내가 나름 외향적이고 리더쉽있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하며 지난 38년을 살아왔는데....지금와서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랬다.

학교에서도 그랬고,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그랬다.

학교 다닐 때 손을 들고 발표하는 것도, 과제 프로젝트를 나서서 주도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즐거운 일이었다.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유머를 적절히 섞어가며 매끄럽게 회의를 이끌었고, 남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것에도 자신있어 크고 작은 클라이언트 행사에서 항상 MC 역할을 맡고는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되~게 사교적인 성격인 줄 알았다.


몇 년전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고 싶어 한창 열심히 준비할 때가 있었는데..대다수 글로벌 기업의 한국 오피스는 세일즈 중심이라 해당 포지션으로 인터뷰를 준비했었다. 인터뷰 때마다 내가 받은 챌린지는 세일즈 경험이 전무한데 할 수 있을지 였는데...그 때마다 나는 자신있다고 당차게 대답했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패였다.

후에 내가 가고 싶었던 글로벌기업의 다른 포지션으로 이직을 한 친구가 말하길..본인이 와서 보니 나와는 세일즈 포지션이 절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었다. 세일즈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공격적이다 싶을만큼 성격적으로도 일을 할 때도 나서는걸 잘 하는데...그에 비하면 나는 성격도 인상도 그들에 비해 순둥순둥하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말을 들었을 때는 속으로 '아닌데...나도 되게 공격적으로 잘 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었는데,

말레이시아에 산지 4.5개월만에 진짜 내 성격을 깨닫는 중이다.


외국 엄마들을 볼 때마다 쭈뼛쭈뼛대며 먼저 다가가 인사하기까지 마음 속으로 2번 정도의 다짐과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영어'라는 장벽에 자신감을 다소 잃은 것도 있지만 어쨌든 새로운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는걸 편히 여기지 못하는 내 성격을 마주할 때마다 '뭐야..나 되게 소심하네..' 싶어 깜짝 놀란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내가 다니는 학교로, 회사로 어느정도의 신분(?)을 보장받고, 그 바운더리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만’ 자신감이 넘쳤었던 것 같다.

‘무'에 가까운 상태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누군가를 만나야하는 지금의 나는 참으로 소심한 성격이다.


- 외국 사람들은 스스럼 없이 말 걸고 이야기하는거 아니였어?

- 내 옆에 있는데 왜 나한테 말 안 걸지? 말 걸어주면 엄청 이야기 잘 할 수 있는데...

  아..내가 먼저 말 걸어야하나?


이런 고민을 한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우리가 아는 '스몰토크'는 주로 미국인들에게 해당하며 대다수의 유럽 사람들은 아니라는 충격적인 말을 해주었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는 전교생 통틀어 미국인 가족은 단 한 가족 뿐이고, 대다수가 유럽 가족들이다.)


오 마이 갓.

I am a introvert

얼마 전 한 외국 엄마가 내게 'Are you a introvert? extrovert?" 라고 물어왔다. 한국에서 위 질문을 들었다면 "Absolutly Extrovert!' 라고 외쳤겠지만.....그 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

가슴 콩닥거리며 낯선 다양한 국적의 엄마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에너지가 소진되었음을 느낀다. 비단 외국인들 뿐 아니라 한국 엄마들이랑도 시간을 보내고 나면 기가 떨어졌다는 신호가 들려온다.

그래서 그 다음날에는 반드시 나 혼자만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며칠 전 학교 엄마들이 만든 소셜 클럽 첫 모임이 있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교적인 성격 50%는 아직 남아있으니, 누구보다 먼저 클럽에 가입하고 모임을 기다렸다.

그렇게 설렘을 안고 간 모임이었는데 또 낯선 사람들 앞에서 소심함이 발동하여 많이 웃고 고개만 끄덕이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돌아왔다.


낯선 환경에 나를 가져다놓으니 몰랐던 나를 또 발견한다.

그나저나 나....글로벌 리더가 꿈이었는데....

이 놈의 소심한 성격, 개조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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