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말레이시아에 있는 국제학교에 다닌다.
약 56개국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내가 평생 살면서 만나볼까말까한 다양한 국적의 엄마들이 참 많은데 그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다른 배경만큼 학교에 대한 이해와 만족도도 다르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영국 커리큘럼을 따르는 British school 이다.
교칙이 꽤나 상세하고 엄격한 편이라서 교복을 입을 때는 꼭 올블랙 슈즈와 양말을 신어야 하는 등 복장 규정도 까다로운 편이다. 학교 수업은 따로 교과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영국 커리큘럼에 따라 선생님이 준비한 자료로 배우고 만들고 활동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교과서 위주의 수업에 익숙한 한국과 일본 엄마들에게 영국 학교 수업은 유연하게 다가오는 편이었다. 아이들도 한국 학교에 비하면 훨씬 재미있다고 신나했다.
반면 덴마크에서 온 엄마는 영국 학교 수업 방식이 너무 딱딱하다고 했다.
자유롭게 토론하고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 방식에 익숙한 덴마크 아이에게는 영국 학교의 수업방식이 다르게 다가왔다고 한다. 계속해서 손 들어 질문하고 의견을 말하니 선생님이 조금만 하라는 피드백을 주었단다.
덴마크 엄마는 Term 마지막에 받는 리포트에서 애티튜드 점수를 높게 받아온 손녀를 보며 덴마크 할머니가 딱딱한 영국식 수업에 익숙해져서 덴마크식 소통을 잃어버린게 아니냐며 걱정했다고 우스개소리로 말했다.
덴마크 학교에서는 절대 '암기'를 시키지 않으므로, 본인이 경험했던 '시 암송'을 시키는 독일 학교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시'에 대해서 생각하고 느낀 바를 토론하면 되지 대체 무얼 위해 외우냐는 것이었다.
같은 유럽이라도 터키에서 온 엄마는 터키 학교는 너무 공부 위주라며 또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에서 수영은 학교 필수 과목이 아닌 또 하나의 선택적 사교육이기에 많은 한국 엄마들은 수영을 잘 할줄 모른다. (다행히도 지금은 생존 수영이 교과 커리큘럼에 추가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수영을 못한다.
난 이게 이웃나라 일본도 당연히 똑같은 줄 알았는데, 일본 엄마들은 모두 수영을 할 줄 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일본에서는 수영이 필수 과목이었고, 일본 학교는 수영 수업을 위해 정부 기준에 맞는 규격화된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 사실을 안 순간 정말 놀랐다.
같은 아시아이더라도, 같은 유럽이더라도, 나라에 따라 학교 수업과 분위기,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다.
그리고 그 배경에서 자란 엄마들 또한 개인적 차이는 있겠지만 또 다른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
지난 8개월 동안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엄마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이 사실이 꽤나 흥미롭게 다가왔기에 앞으로 조금씩 엄마들과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전세계 나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친구, 동료, 파트너가 될 다른 나라 아이들은 어떤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을지..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