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엄마와의 이야기
회사 동료였던 친구가 구글로 이직을 한 후, 구글에서 일하며 만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친구 개인적으로는 인도 사람들과 일하기가 가장 까다로웠는데, 본인들의 성과를 잘 포장해서 뽐내는 그들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인도 출신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도 워낙 강해서 구글에서는 팀에 인도인 한 명이 들어오면, 어느 순간 팀원들이 인도 출신으로 바뀐다는 유머도 있다고 했다.
'인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단연코 IT와 똑똑한 인재들일 것이다.
포천 500대 기업 중 30%를 인도계 CEO가 이끌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구글, MS, IBM, 어도비 등 글로벌 IT 기업의 CEO 또한 모두 인도 출신이다.
우리나라도 인도 못지않게 교육열이 뜨겁고,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데...왜 글로벌회사 CEO 중에는 인도 사람들이 많은걸까?
이 곳에서 인도 출신 엄마를 만났다. 너무 유쾌하고 따뜻한 엄마와 금방 가까워졌는데 어느 날 내가 대체 인도 출신 CEO가 왜이리 많냐고 물으니 호탕하게 웃었다. 인도는 어떤 교육을 하는지, 우리와 다른 점은 무엇일지 궁금한 마음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모나미이고 인도 동쪽에 위치한 Kolkata (콜카타) 라는 도시 출신이에요. 콜카타는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당시 수도였고, 이후 1947년에 독립하면서 수도가 지금의 '델리'로 바뀌었어요. 저의 부모님은 벵골 출신이고 굉장히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현대적인 분들이랍니다.
제가 어릴 적 아빠는 늘 제게 '외국에서 살고 공부해라. 인도 밖으로 나가면 다양한 문화를 알 수 있을거다.'라고 말씀하셨었죠.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에는 뭄바이에 15년 동안 살면서 그곳에서 공부하고 일을 했어요. 마켓 리서치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지금은 광고 분야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그러다 남편 직장에서 말레이시아로 발령이 나면서 쿠알라룸푸르로 오게 되었고 이제 2년 반 정도 되었어요. 저는 이 곳에서 재택근무로 일을 하고 있어요.
최근 인도 엄마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사실 제 주변에 자녀를 둔 친구는 한 명 뿐이에요. 여러가지 이유로 아이를 가진 친구가 거의 없어요.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건, 인도에서 교육은 굉장히 경쟁적이라는 것이에요.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많은 부담을 주며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개인 과외를 시키는 등 노력하죠.
인도는 인구가 굉장히 많고, (인도 인구수는 약 14억 5천만명으로 세계 1위이다.) 치열하기 때문에 적어도 석박사 또는 MBA 출신이 아니면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공부에 많은 투자를 하는데, 공립학교는 교육 수준과 관리 측면의 질이 낮아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낸답니다. 사립학교는 비용이 그렇게 비싸지 않고, 또 영어로 모든 교육을 진행해요. 다만 여전히 옛 방식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최근 많은 부모들은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고 싶어하지만 비용이 굉장히 비싼 편이랍니다.
인도 국제학교는 입학을 위한 웨이팅 리스트가 길고, 7단계의 인터뷰를 거쳐야하는 등 입학 과정도 복잡하고 어려워요.
최근 많은 인도 사람들은 국제학교에서 공부하고, 외국에 나가길 원해요. 만약 똑똑한 학생이라면 인도의 가장 좋은 대학에 가거나 해외 대학에 가길 원합니다.
교육열이 심한건 한국과 인도 비슷한 상황이네요. 인도 학교와 시험 제도 등을 설명해주세요.
인도의 공립 학교는 학비가 무료지만 퀄러티가 좋지 않아요. 그래서 굉장히 가난한 사람들만 가고 공립학교에서는 힌디어를 사용해요. 참고로 인도 사람들은 영어, 모국어(지역별 언어- 벵골어, 타밀어 등), 힌디어(인도 공용어)를 선택해 배우고 사용합니다. (제 딸은 저의 모국어인 벵골어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가끔 문화를 잃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반면에 사립학교는 영어를 사용하고 학비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녀를 사립학교로 보내요.
인도 학교 10학년이 되면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정부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치뤄야해요. 해당 결과에 따라 고등학교에 지원하고 진학하게 됩니다. 고등학교는 11학년~13학년으로 되어 있는데 12학년에 보는 시험에 따라서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는지 결정됩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치열하게 공부하고 우수한 성적을 얻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에 가기 쉽지 않아요. 인도에서도 부모들이 선행 학습을 엄청 시킨답니다.
Top5 MBA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험에서 99.9% 받아야 해요. 거의 만점을 받아야 하죠. 그리고 대학원이더라도 10학년과 12학년 때의 시험 결과를 묻는게 당연하답니다.
인도도 좋은 대학 가기는 정말 치열하네요. 인도가 IT 분야 강국이고 인재가 많잖아요. 많은 학생들이 이쪽 분야를 선호하는 편인가요?
인도에서 선호하는 유망 직업은 의사, 엔지니어, 법률가에요. (이건 정말 만국 공통인 듯 하다.)
가장 인기있는 전공은 Science (90% 가까이 해당 전공을 선호한다.) 인데 특히 소프트 엔지니어 분야에요. 해당 전공을 하게 되면 Top IT 회사에 취직할 수 있고, 또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있고 촉망받는 직업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와 인도의 별다른 차이점을 못 느끼겠어요. 한국 교육과 비교했을 때 인도만의 다른 특징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 교육과 학생들의 특징을 들었을때, 인도와 다른 점을 꼽자면 '퍼블릭 스피킹'인거 같아요.
인도에서는 토론, 퍼블릭 스피킹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모든 학생들이 무대에서 발표하도록 하는데 이에 대한 중요성을 높게 두는 편이죠. 시험에서는 필기 시험 뿐 아니라 스피치 시험도 있어요. 대학 과제도 대부분이 프리젠테이션으로 되어 있죠.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요. 누구나 손을 들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본인의 의견을 말하죠. 가끔 말이 너무 많다 싶을정도로 질문하고, 각자의 주장을 피력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학교에서부터 자리잡혀 있어요. 이걸 권장하기도 하죠.
한국 학교에서는 질문이 거의 없다고 하니 놀라울 뿐인데, 이건 아마도 겸손한 한국인들 성향 때문인걸까요? (이 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매우 humble 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부분이 한국과 인도의 주된 차이점이 아닐까 해요.
마지막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으세요?
저는 우리 아이가 원하는 걸 찾아서 그걸 가지고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대다수의 인도 부모들과는 다른 굉장히 예외적인 부모의 모습이죠. 인도 교육 시스템에 아쉬운 점이 많아요. 좀 더 유연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인도에서는 예를 들어 문학 등 한 가지 전공을 선택하면 문학만 공부해야 하고, 보수적인 편이죠. 복합 융합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유튜버가 될지, 뭘 하고 싶을지 몰라요. 아이는 자라면서 이걸 알아내야 하고요.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이를 지원해주고 싶어요.
인도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인도 출신 사람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첫째, 치열한 공부 경쟁으로 공부를 탄탄히 한다.
둘째, 사립학교에서 공부하며 영어를 탄탄히 한다.
셋째, 토론 수업과 퍼플릭 스피킹으로 스피치 능력과 논리력을 탄탄히 한다.
요즘 한국 교육 실정을 보면 첫째 요건은 이미 갖추었고, 둘째 요건은 영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니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셋째 요건은?
한때 한국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를 똑똑하게 하는 유대인들의 식탁 대화법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관련 서적과 유튜브 영상들이 쏟아졌었는데.. 그래서 요즘은 많은 가정에서 식탁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집에서 대화할지언정 아직도 학교에서는 입을 꾹 닫고 있는건 아닐까?
보통 교육은 해당 나라의 역사와 문화, 경제 등 다양한 배경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아~다른 나라는 우리와 이런 부분이 다르구나'를 알았으니 아이 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과 자세가 한 뼘 정도는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