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phrasis
erfumed Night (Dorr Bothwell, c. 1940)
난(蘭) v2
완연한 봄
봄볕이 유리창을 더듬을 때
너는 창턱에 난을 올려두었다
멀리서 보면
꽃이 너를 들고 있는지
네가 꽃을 안고 있는지
헷갈리기도 했다.
햇빛이 스칠 때마다
잎 끝에 얇은 그림자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금세 흩어질 빛 한 모금이
잎맥 사이로 스며들어
결을 조금씩 돋우는 동안
너는 꽃대를 세우고
구부러진 줄기를
그러려니 두었다
이 꽃이 지고 나면
텅 빈 화분만 남을까—
괜스레 흙을 한 줌 쥐었다.
손바닥에 남은 촉감을
오래 문지르다 보니
말라붙은 흙가루 사이로
미세한 물결이 드러났다
잎맥과 닮은 무늬,
사라졌다 돌아오는 선들
작은 물줄기가 모여
한 몸의 깊이를 이루듯
이 꽃 한 송이 저물어도
그와 얽힌 시간이
너를 오래도록
버티게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