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위로 젖은 무게를 드리울 때 /마크 로스코

Ekphrasis

by 완연한 봄

No. 14 (Mark Rothko, 1960)

완연한 봄


전시장 바닥 위

가느다란 선 하나가

내 발끝을 낚아챈다.


결코 닿지 못할 기울기로

화면을 좇아 성큼 다가선다.


스칼렛은 위로 번지며

유리 같은 윤을 만들고

아래의 흥건한 코발트는

천에 물이 배어들듯

내 어깨 위로 젖은 무게를 드리운다.


경계는 선이 아닌 하나의 막.

온도가 다른 두 빛깔이 맞닿은 틈에서

설핏 갈라졌다 다시 맞붙는 소리.


언어는 형용을 멈추고

입술은 굳게 닫히며

캡션의 건조한 글자들만

눈가에 모래처럼 서걱인다.


누군가 구두를 끌면

정적은 한차례 일렁이고

그 짧은 틈에서

설 자리는 무너지고,

나는 화면 앞에

모로 선 채

금지된 선 밖에

그대로 남는다.

작가의 이전글방향 없는 질주 /리 크래스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