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찰나를 머금은 괄호 /조안 미첼

Ekphrasis

by 완연한 봄

Bracket (Joan Mitchell, 1989)

완연한 봄


하늘이 한 단락으로 저물지 못하는 날이 있다

기압이 느슨하게 풀린 자리마다

세 갈래의 지평이 숨을 고른다


바람은 변두리를 맴돌다

제 자취를 감추기 위해 흩어지고

에메랄드빛 계절은 갈피를 잃은 채

낮은 물가에 몸을 기댄다

추락하지 않기 위해, 저물지 않기 위해

그저 서로를 설키듯 버티고 서 있는 빛들


건조하고 뜨거운 대기에서 열기가 새어 나갈 때마다

주황빛 먼지는 부풀어 오르며

흙비린내를 깨우고 땅은 밝아진 만큼

제 안의 그늘을 깊게 들인다

별이 지상에 닿기 위해

노란색을 먼저 틔워두는 저녁


비가 오지 않아도

캔버스 위로 마른 자국들은 앞다투어 자라나고

그 자국은 길이 되고, 길은 다시 절기가 된다

여기는 완성된 절경이 아니라

모든 것이 터져 나오기 직전

절정의 들판


그 사이의 틈은 오히려 더 단단해진다

화폭의 가장자리는 이제 괄호가 되어

너를 가두는 대신 네 찰나를 머금고

그 간격이 비로소 품게 된

단 하나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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