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쫓기는 자 – 영은
“원장님, 잠깐만요-”
학원 문을 막 열고 들어서는 영은을 보자마자, 사무장이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거의 뛰다시피 달려왔다. 숨이 약간 가쁜 얼굴이었다.
“그 미친 헌터 A가 또 홈페이지 게시판에 악성 댓글을 올렸어요.”
영은은 가방끈을 어깨 위로 끌어올리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신고는 했어요?”
“당연하죠.”
사무장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단하고 바로 신고했어요.“
영은의 미간이 더 깊게 좁혀졌다.
"경찰은요. 아직도 못 잡았대요?”
“...아직 연락은 없어요.”
말끝을 흐리며 사무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턱으로 복도 끝 상담실을 가리켰다.
“어제 말씀드린 학생이랑 어머니가 와 계세요.”
영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굳어 있던 얼굴을 풀어내려는 듯, 아주 작은 소리로 ‘아이우에오’를 중얼거리며 상담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영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낯선 언어와 낯선 도시. 그 모든 것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했다. 아무도 그녀를 오래 들여다보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현지 회사에 취직도 했다. 그러나 직장은 늘 숨이 막히는 공간이었다. 말은 통했지만, 회의가 끝나면 늘 그녀만 남겨졌다. 결정은 이미 다른 언어로 내려져 있었다. 이유를 묻지 않아도, 그녀는 언제나 밖에 있었다.
"사표 내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 치고 후회 안 하는 사람 없어요.“
퇴사하는 날, 상사는 그녀의 등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충고 같기도 했고, 비난 같기도 했다.
그러나 영은은 그 말을 거의 듣지 못했다. 캐리어 두 개를 양손에 끌고 간사이 공항을 빠져나오던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 남아 있었다.
여기서 벗어난다.
귀국은 생각보다 훨씬 가혹했다. 학연과 지연이 촘촘히 얽힌 한국 사회에서 대학 동창 하나 없는 영은이 설 자리는 많지 않았다. 이력서는 번번이 묵살되었고, 면접은 늘 애매하게 끝났다.
결국 영은은 여기저기 어학원을 전전하며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한곳에 오래 붙어 있을 수는 없었다. 학원 운영은 늘 불안했고, 그럴 때마다 강사들은 먼저 잘렸다. 영은도 예외는 아니었다.
'월세가 계속 밀리네요. 이러면 곤란한데...'
집주인의 전화와 문자가 이어질 때마다, 영은은 휴대폰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신용대출을 받았다.
"선생님, 몇 달만 참아 주세요.”
학원장은 늘 그렇게 말했다.
“강사비는 한 번에 꼭 입금해 드릴게요. 요즘 수강생들이 너무 없어서 그래요.”
그 말은 언제나 같은 톤이었고, 언제나 지켜지지 않았다. 이쯤 되자 영은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건지 돈을 쓰면서 일하러 다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버는 것보다 빠져나가는 게 더 많았다. 하루하루가 빚 위에 얹혀 있는 것처럼 위태로웠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어머니는 돌아가시면서 영은의 사정을 어렴풋이 짐작이라도 한 듯,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통장 하나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 안의 돈이, 그때 영은이 쓸 수 있는 전부였다.
영은은 어머니의 죽음을 제대로 애도할 시간조차 없었다. 종로 학원가 구석, 햇빛도 잘 들지 않는 건물 한 층에 겨우 자리를 얻어 작은 ‘어학원’ 간판을 달았다.
일본 유학 시절부터 마음속으로만 그려 오던 ‘원장’이 되었지만, 기쁨은 단 하루도 가지 못했다.
홈페이지를 띄운 첫날부터, 생각지도 못한 재앙이 시작되었다. 헌터 A라는 자가 시도 때도 없이 학원 게시판에 악의적인 글을 퍼부어 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미 학원가에서 악명 높은 ‘어학원 헌터’로 불리고 있었다. 교묘한 말과 왜곡된 정보로 해외 유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흔들어 놓는 자들이었다. 원장들 사이에서는 유학에 실패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집단일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집요한 인물이 바로 헌터 A였다. 악성 댓글과 비방 글을 가장 많이, 가장 끈질기게 퍼뜨리면서도 정작 그의 정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헌터 A를 떠올리는 순간, 영은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안돼, 안돼... 릴렉스. 릴렉스.'
영은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입술을 '푸르르’ 떨고, 얼굴 근육을 과장되게 움직였다. 오래전부터 몸에 밴,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방식이었다.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신 뒤, 그녀는 힘을 주어 상담실 문을 밀었다.
“곤니치와(こんにちは)!”
둥근 테이블 너머에 모녀가 마주 앉아 있었다. 영은은 가장 화사한 미소를 띠었지만,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었다.
어머니는 누구나 알아볼 법한 명품 가방과 화려한 액세서리로 치장해 있었고, 딸은 뚱한 얼굴로 엄마에게 등을 비스듬히 돌린 채 앉아 있었다.
‘엄마는 돈이 있고, 딸은... 어디든 좋으니 집을 벗어나고 싶은 얼굴이네.’
영은의 속에서 작은 확신이 스쳤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 있는 몸짓으로 의자에 깊숙이 앉아, 요즘 유행하는 브랜드 가방에서 수첩과 자료집을 꺼냈다. 일부러 더 여유롭게, 더 전문적으로 보이게.
이어 명함 두 장을 꺼내 모녀 앞에 각각 한 장씩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원장 서영은입니다. 저도 어학연수부터 시작해 대학, 대학원, 그리고 직장 생활까지 전부 일본에서 했어요.”
그 말에 모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어머니가 잠시 망설이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은이가 고3인데요. 갑자기 일본 유학을 가겠다고 하네요. 학교에서 유학 설명회를 듣고 와서... 막무가내로 떼를 쓰길래, 어쩔 수 없이 같이 와봤어요.”
영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은은한 미소를 띤 채, 목소리는 차분하고 단정했다.
"M여고 학생이었군요. 그날 내가 유학 설명회를 진행했는데...“
그녀는 지은이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내 얼굴, 기억하겠네요?"
지은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날 말한 것처럼요. 일본 대학에 입학하려면 EJU 시험을 치러야 해요. 그런데 이 시험은 일본 현지 어학원에서 준비하는 게 훨씬 수월합니다.”
영은은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언어라는 게요... 책상 앞에 앉아 있다고 느는 건 아니거든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부드럽게 덧붙였다.
“생활 속에서 바로 듣고, 바로 말하는 경험. 그게 진짜 실력이에요. 저희는 그걸 ‘서바이벌 습득’이라고 불러요.”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지은이에게로 옮겨갔다.
“일본 대학은 일본어 성적 하나만으로도 입학할 수 있는 곳이 꽤 많아요. 현지에서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해 보고요.”
영은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그러면서 일본어 실력이 자연스럽게 늘죠. 그러다 보면... 선택할 수 있는 대학도 훨씬 많아지고요.”
지은이 얼굴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그러나 그런 대학들에 국립대는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일본까지 가서도 한국인끼리만 어울리면, 오히려 한국말만 더 늘 수도 있다. 자칫하면 위험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려, 계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꼬일 가능성도 충분했다.
게다가 한국 유학원이 대학보다 어학원을 주선할 때 받는 커미션이 훨씬 크다는 사실도, EJU 시험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도-
영은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부딪혀 보든, 후회하든. 어차피 그건 그들의 몫이었다.
“저... 그런데요.”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원장님 말에 속지 말라는 글이 있던데요.”
영은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어졌다. 하지만 곧 시선을 낮추고, 오히려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요... 그런 근거 없는 악성 글에, 부디 휘둘리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녀는 한층 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실 그 게시판 글은 저희 학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 일대 모든 학원이 겪고 있는 일이에요. 특히...“
영은은 말을 고르듯 잠시 멈췄다.
”학생이 많이 몰리는 곳일수록 더 표적이 되죠. 이미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고요. 조만간 잡힐 거라고 들었습니다.“
영은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덧붙였다.
”저희 수강생 가정에도 이미 ‘속지 말라’는 안내문을 보내고 있어요. 이런 일을 겪다 보면 알게 되잖아요. 얼마나 위험한 세상인지.“
그녀는 미소를 지운 채 말을 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안전한 나라에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본이라면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어요. 정말이에요.“
그 말에 모녀의 표정이 눈에 띄게 풀어졌다. 결국 그들은 일본 어학연수를 결정했고, 거액의 계약금과 입학금을 송금한 뒤 학원을 나섰다.
그렇게 영은은 오늘도, 달콤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꿈을 하나 팔았다.
그래도-
이름 없는 국내 지방대보다는, 일본의 지방대라도 졸업하고 일본어라도 제대로 배우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영은은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자신이 아직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잠시 몸을 맡겼다. 그러나 마음이 들뜬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조금 전 맺은 계약이었다. 곧 통장에 찍힐 돈.
그녀는 서둘러 책상 서랍을 열어, 얼마 전 받아 둔 캐나다 어학원 팸플릿을 꺼냈다. 종이 위에 인쇄된 반짝이는 캠퍼스 사진과 ‘영주권 가능성’이라는 문구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조금만 더 모으면-
영은은 팸플릿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2. 쫓는 자 – 헌터 A
헌터 A는 오늘도 인터넷을 샅샅이 훑으며 어학원 홈페이지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게시판마다 해외 유학 실패 사례를 올리며, 마치 경고를 남기듯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였다. 하나를 지우면, 또 하나를 썼다.
물론 글은 금세 차단된다.
여러 개의 아이디를 돌려가며 활동했지만, 끈질긴 사이버수사대의 추적을 피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얼마 전, 종로 학원가에 새로 문을 연 어학원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학생 수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 마치 원양어선이 그물을 끌어 올리듯,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아 이름 모를 항구로 쏟아내듯- 해외로 보내고 있었다.
헌터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그 원장, 입만 열면 사람 혼을 쏙 빼놓는다더라.“
”그 말에 빠지면, 집안에 남은 마지막 숟가락까지 팔아서라도 해외로 날아가고 싶어진대.“
”무서운 여자야.“
헌터 A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그 공허한 말에 속아 인생이 망가진 사람이, 자기 가족 중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쓰라린 가슴으로 지난날을 떠올렸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뚜렷한 능력 하나 보이지 않던 누이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일본 유학을 가겠다고 나섰다.
“어학원 입학금만 내면, 기숙사도 알바 자리도 다 알아봐 준대.”
누이는 그 말을 진리처럼 믿고 있었다.
"정말이래. 비행깃값만 대주면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 수 있대.“
막무가내로 떼를 쓰던 누이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했다. 그렇게 어학원의 말에 홀려, 집안 돈은 물론 헌터 A의 비상금까지 끌어모아 아무런 미련도 없이 일본으로 떠났다.
처음에는 누이가 거의 매일 저녁, 수신자 부담 국제전화를 걸어왔다. 돈이 부족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일본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이상하냐-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말들이 반복되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누이는 울먹이며 하소연을 늘어놓았고, 그 목소리는 점점 길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연락이 뚝 끊겼다. 불안해진 가족들은 결국 헌터 A를 일본으로 보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그는 서툰 영어와 손짓, 발짓에 의지해 간사이의 어느 시골 기숙사까지 겨우 찾아갔다.
누이가 주소로 알려 준 기숙사는 낡은 건물이었다. 공동으로 쓰는 목욕탕과 화장실, 방 안에는 다다미 세 장이 전부였다. 문 앞에는 신발 한 켤레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신발까지 방 안으로 들여놓아야 하는, 기묘하고 낯선 공간이었다.
“도시락 공장에서... 알바하고 있어.”
말라붙은 얼굴의 누이는 꺼져 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만하고 그냥 집에 가자!”
헌터 A가 애써 설득했지만, 누이는 바싹 마른 목으로 고개만 저었다.
"꼭,,, 졸업장 쥐고, 보란 듯이 돌아갈 거야."
헌터A는 차비만 남기고 가진 돈을 모조리 털어 누이의 손에 쥐여준 뒤,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누이는 어학원에서만 삼 년을 버티고, 겨우 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어일문학 전공으로는 취업의 길이 막막했다. 졸업 후에도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며, 집에서 돈을 가져다 쓰는 생활이 이어졌다.
결국 일본에서 십 년을 보내고서야, 누이는 다시 돌아왔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직장 하나 없이 ‘프리랜서 체질’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늦은 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모양인지, 새벽이면 편의점 봉지를 든 채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 소리만 들려왔다.
중년이 되도록 결혼도 하지 못한 채, 돌아가신 어머니의 속만 태우던 누이의 인생은 헌터 A에게 한심하면서도 동시에 너무 안타까운 것이었다.
헌터 A는 그때 다짐했다. 이런 가엾은 인생들이 더는 속지 않도록, 자신이 진실을 알려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자고.
그래서 오늘도 그는 깊은 밤, 모니터 불빛에 얼굴을 묻은 채 쉬지 않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이었다.
“원장님! 잡혔대요, 잡혔어요!”
일본어 기초회화 수업이 한창인 교실 문이 벌컥 열렸다.
학생들과 영은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사무장은 허둥지둥 입 모양으로 ‘미안합니다’를 반복하며 영은을 향해 손짓했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어요.”
숨이 가쁜 목소리였다.
“그 미친 헌터 A, 드디어 잡혔대요! 빨리 종로경찰서로 가 보세요!”
"정말요?“
사무장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영은은 환호성을 질렀다. 가방을 집어 들고 그대로 학원을 뛰쳐나갔다.
길을 달리는 동안에도 가슴이 터질 듯 뛰었다.
‘끝났다. 드디어 끝났어.’
그놈만 잡히면, 모든 게 달라질 것이다.
"어떤 인간인지... 그 얼굴, 똑똑히 봐 두겠어.”
지하철역 계단을 거의 질주하듯 내려가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대 앞에 섰을 때, 십 년 묵은 불안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간 듯, 머릿속이 이상하리만큼 맑아졌다.
“실례합니다.”
가볍게 목례하며 들어서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경찰이 이쪽이라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영은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때,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내의 뒷모습이 어쩐지 낯익게 느껴져 무심코 시선을 주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내가 천천히 얼굴을 들어 올렸다. 눈이 먼저 움직였고, 그다음에야 얼굴이 따라왔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렸다.
“누나?”
그가 놀란 듯 외쳤다.
“여긴 어쩐 일이야?”
영은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다가, 겨우 소리가 새어 나왔다.
“너야말로...”
숨을 한 번 삼킨 뒤에야 말을 이었다.
“어쩐 일이야?”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던 경찰이 키보드 위에 얹혀 있던 손을 떼고, 엉거주춤 일어서며 물었다.
“두 분... 혹시 가족이세요?”
그 말에-
쫓기는 자와, 쫓던 자.
두 사람은 동시에, 아주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