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by 릿다


엄마와 나는 고향이 없었다.

사람들이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엄마는 늘 “영주”라고 말한다. 제대로 된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 엄마였지만, 아버지가 태어나고 자란 영주를 자기 고향처럼 자랑스러워 했다.


명절이 다가오면 엄마는 생선을 사다 말리고, 소고기를 다져 양념을 해 두었다. 제사를 지낼 조상도 없는데, 명절 전날이면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제사 음식을 만들었다.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프라이팬을 잡아 생선과 고기산적을 뒤집으면서, 엄마는 또 영주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 본가에서 엄마가 얼마나 정성껏 음식을 차려냈는지, 그 음식을 친지들이 얼마나 맛있게 먹고 두둑이 싸 가며 칭찬했는지를, 엄마는 목소리를 점점 높이며 흥겹게 풀어냈다.


듣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지만, 그 순간 엄마는 잔치집 여주인처럼 이야기 속에서 환하게 빛났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단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영주가 마음속에서 활짝 피어난다.


그곳은 어느새 동화책 속 궁전과 작은 집들이 숨어 있는 마을이 된다.
졸음을 참지 못해 가게 구석에서 스르르 잠이 들면, 꿈속에서는 얼굴이 어둠에 가려진 친척들이 모여 북적이고, 우리는 엄마가 자랑하던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


그리고 그 꿈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고향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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