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이 자라는 순간

by 봄비

봄이의 친구가 오랜만에 집에 놀러 온 날이었다. 둘이 내내 잘 놀다가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봄이는 친구에게 괜히 장난감을 안 빌려준다며 심통을 부렸다. 두 시간 넘게 사이좋게 잘 놀아놓고는 친구가 집에 돌아가기 전 투닥거리다 서로 속상한 채로 헤어졌다. 봄이는 그날따라 고집이 장난이 아니었다. 어르고 달래도 친구에게 절대 장난감을 양보하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봄이에게 다그치기도 하고 달래 보기도 했지만 봄이는 장난감을 끝까지 사수했다. 드문 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날만큼은 고집이 세게 올라와 있었다.


봄이의 친구가 돌아가고 봄이가 말했다.


“추피책처럼 똑같은 거야? 장난감 안 빌려주는 거 있잖아”


봄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자주 보던 추피 생활동화책에는 친구가 놀러 왔는데 장난감을 빌려주지 않아 친구가 토라지는 내용이 나온다. 봄이는 그 책의 내용이 생각난 것이다. 아빠랑 손을 잡고 책장으로 가 봄이가 기억해 낸 책을 찾아 소파에 앉아 책을 함께 읽었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은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는 감정인가 보다.


“다음부터는 친구가 놀러 오면 장난감 잘 빌려 줄래”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 잘했다 칭찬해 주고는 자러 들어가 누웠다. 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겨울이가 되고 싶어”

“응? 왜?”

“겨울이는 뾰족한 말을 안 하니깐”

“엄마랑 아빠가 겨울이를 더 좋아하는 거 같아? 겨울이는 뾰족한 말을 안 해서?”

“응. 나도 예쁜 말, 고운 말을 하고 싶은데 자꾸 뾰족한 말이 나와”

“겨울이는 아직 어려서 뾰족한 말을 몰라서 그래. 겨울이도 봄이처럼 크면 뾰족한 말도 할 수 있게 될걸? 그리고 엄마, 아빠는 봄이가 예쁜 말 할 때도 뾰족한 말 할 때도 사랑해”

“정말? 나도 엄마 사랑해”

“엄마도 뾰족한 말이 가끔 튀어나오기도 해. 아까 봄이가 친구 어깨를 밀쳤을 때 엄마가 ‘야! 봄’이라고 큰소리로 말했잖아. 그거 엄마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그러고 나서 엄마가 사과했지? 어른도 뾰족하게 말할 때가 있어. 그게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면 사과하면 되는 거야.”

“그럼 괜찮은 거야?”

“그럼! 예쁜 말만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괜찮은 거야. 뾰족한 말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한 거지. 엄마도 노력할 테니까 봄이도 노력해 보자”

“노력하면 되는 거야? 나 노력해 볼래”


봄이는 친구를 서운하게 한 일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거 같다. 5세 봄이의 세계가 점점 커지는 걸 느낀다. 봄이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봄이를 내가 키우는 건지 봄이가 나를 키우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이의 마음은 작지만 깊다. 나는 오늘도 그 작은 마음에게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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