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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밤 Mar 31. 2018

FTM 산호 구술생애사 [6] 성별 정정

(트랜스젠더 호적 정정, 성별 변경)



“수술하고 호적 정정을 했어요. 수술해야 정정할 수 있거든요.* (수술 없이 성별 정정이 가능했다면 어떨 거 같아?) 만약 수술 없이 된다고 그러면 좋겠죠. 근데 또 하나의 논란거리가 될 걸요. 군대 얘기는 꼭 나올 거예요. 백 프로. 군대 안 가려는 애들이 정신과 감정만 받고 성별 정정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런 악용만 해결되면… 근데 또 성별 변경하면 돌아갈 방법은 없으니까 군대 안 가려고 그렇게까지 하겠나는 싶은데.


만약 수술 안 해도 된다고 하면 수술 안 하는 트랜스젠더가 늘어날 거 같아요. 아니면 먼저 호적 정정부터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결과적으로는 겉모습까지 (수술)하고는 싶겠지만, 일단 어릴 때는 수술할 돈이 없잖아요. 정정이 먼저 되면, 호르몬 치료만 받아도 겉모습 하고 호적하고 일치하잖아요. 그럼 일할 수 있으니까 돈 벌어서 수술하면 되니까 훨씬 낫겠죠. 요즘에는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는 이상 이십 대 초반에 수술을 하는 건 무리니까. (그런 사례도 있더라고. 건강 상 문제로 호적 정정을 먼저 하고 나중에 수술한 사례도. 그래서 가슴 절제할 때 여성 유방형이라고 해서 의료보험을 받아서 싸게 수술했다고) 호적 정정을 먼저 받았어요? 우리나라예요? (응)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우리나라에서 일단 정정이 되려면, 일단 여성 생식기를 다 제거해야 하거든요. 모르겠어요. 자궁을 먼저 절제했을지도 모르죠. 근데 제가 낼 때는 서류를 두 개 냈거든요. 자궁 제거랑 가슴 제거한 거. 그리고 정신감정 확인서도 있어야 해요. FTM이라는 진단서 하나랑 가슴 절제했다는 증명서 하나랑 자궁 절제했다는 증명서 하나랑 그렇게 냈거든요.

 

(<3FM>이라는 책에서 본 이야기예요. 그 사례 보면서 수술 없이도 성별 변경이 가능하면 실제적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있구나 싶더라고.) 그렇죠. 남성이라 그러면 여유증(여성형 유방)이라 그러고 수술받을 수 있죠. 여유증 있는 남자들도 꽤 되는 거 같더라고요. (모든 남성들의 여유증 수술에 의료 보험이 적용되진 않지만, 건강상 문제나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때는 적용 가능하다는 건 사회적 고통이 따르는 문제라는 걸 인정을 해주는 거잖아요. 그런 논리면 트랜스젠더도 개인 취향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고통이 따르는 문제니까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성형으로 치부되는 거죠. 개인 만족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지인들 보증서도 받았어요. 이 사람이 이렇게 성별 정정하는 거에 대해서 내가 보증하겠다는 내용으로. 이 사람을 남자로 변할 사람이다. 돌아가지 않는다. 이렇게 보증 서주는 거예요. 사인하고 인감도장 찍어요. 서류 준비할 게 되게 많아요. 부모님 동의서, 가족 동의서, 성장 배경, 수술 확인서, 보증서 준비할 게 몇 가지 좀 있어요. 가족의 지지도 있어야 하고.


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되기가 힘들어요. 전 아빠가 돌아가셨으니까 엄마한테만 받았어요. 누나도 귀찮아하면서 써줬어요. “헐” 이러고. 띠꺼운 표정으로 “어우씨, 진짜” 이러면서 써줬어요. 어릴 때부터 약간 남자 같고 커가면서 어쩌고저쩌고. 간단하게 써줬어요. 옆에서 자꾸 쓰라고 보채니까 우씨 이러면서 써주더라고요. 엄마는 뭐 이런 것까지 다 써야 되냐고 그랬긴 했는데. 엄마는 좀 순순히 써줬죠. 써야 바뀐다고 하니까, 어차피 수술 다했으니까.


저한테 성전환 수술은…

완전하게는 아니고 반 정도 다시 태어나게 해 준?


호적정정이 된다는 건 신청하러 갔을 때 알았어요. 판사님이 얘기해줬어요. 바뀔 거라고. 심문하고 나서 바로 얘기해주셨거든요. 엄청 좋았죠. 그간 수술하고 준비한 고생에 비해 호적정정 은 생각보다 빨리 돼서 긴가민가했죠. 이제 끝났구나 했는데, 사는 게 더 힘들어.(웃음) 일하는 것도 힘들고. 연애하는 것도 힘들고. 돈 버는 것도 힘들고. 생식기 수술하고 싶은데…


뭔가 계속 숨기고 일하는 거가 힘들어요. 이력서에 또 군대 안 갔다 온 거 쓰면 잘 될지도 모르겠고. 다음 취직할 때? 이번에는 그냥 면접 볼 때는 안 물어보셨어요. 근데 얘기하다 보면 군대 얘기가 맨날 나오니까, 면제받았다고 하니까 그 이상은 안 물어봤어요. 전에 회사에는 몸을 다친 적 있어서 안 갔다 그랬거든요.


만약 군대 갈 수 있었더라면 음… 아마 안 갈 수 있으면 안 갈 거 같아요. 샤워 같이 해야 되잖아요. 다른 FTM 중에는 지원해서 가고 싶다고 병무청에 청원하고 그래요. 우리나라 남자로서 군대 꼭 가고 싶다고. 근데 통과 안 시켜주고. (그 사람은 샤워 같이 할 걱정 안 하나?) 상관없다는 거죠. FTM 중에도 사우나 가는 사람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성기 수술 전에 가기도 해요. 위(가슴 절제 수술)에는 하셨겠죠. 가면 아무도 신경 안 쓴대요. 뭐 그냥 수건은 걸쳤겠죠. 목욕할 때도 사람들 없는 데서 하고. 뭐 어디 상처가 있나 보다 하겠죠.


남자들은 오줌 싸러 가서도 보니까. 쟤 게 큰가, 내 게 큰가. 안 그런 사람도 많긴 한데. 유머글 같은 데 보면 되게 잘난 남자애가 있어요. 얼굴도 잘 생기고 몸도 좋아요. 아래 달린 댓글이 “그것만은 작길 바란다.”(웃음) 남자들한테는 자존심 문제인 거 같아요. 야동 영향도 있겠죠. 야동에 작은 남자는 안 나오니까 그게 좋은 걸로만 아는 거죠. 안 그런 남자도 많은데 안 그런 사람은 조용히 있으니까 알 수가 없죠.


저한테 성전환 수술은… 완전하게 다시 태어난 건 아니고 반 정도 다시 태어나게 해 준? 그 정도 의미인 거 같아요. 수술이 아니었으면 주민등록번호도 안 바뀌고. 호르몬만 했도 많이 바뀌었을 거긴 한데, 아무래도 체제적으로 남자로 바뀐 게 크죠. 호적 안 바꾸면 어디 가서 등본을 못 내니까 일용직만 전전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서류상 바뀌어 있으면 직장은 구할 수 있으니까. 옛날에는 호적 정정이 안 되니까 트랜스젠더 분들이 오토바이 배달일 하는 분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일용직 하면서 수술하려면 돈 모으려면 진짜 컵라면만 먹고살아야 돼요. 월세 내면서. 그래서 건강이 안 좋아지니까 수명도 짧아지고.


성전환하기 전에는 당당하게 말할 수 없어서 힘들었어요. 내가 남성이라고 말해도 알지를 못하니까 못 알아듣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말해도 인정하지 않고 거부감 갖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말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숨기고 산다는 게 좀 힘들었죠. 내가 아무리 ‘형, 누나’한다고 해도 성별 정체성은 여자로 되어 있으니까. 전환하고 나서는 어디 가서 그런 거짓말은 안 해도 되고, 굳이 “나는 여자인데 남자로 성전환했어” 이러지 않아도 다 남자로 봐주시니까 그거에 대한 편안함은 있죠. 완벽하지 않더라도 누가 날 바지를 벗겨보지 않는 이상 모를 거니까. 고추를 툭툭 쳐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거잖아요.




* 현재 트랜스젠더의 성별변경을 위한 법률이 없고, 개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성별 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대법원 내부의 가이드라인인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의 기준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트랜스젠더 남성(FTM)의 경우 현재 대법원 예규는 성전환 수술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법원의 경우 생식능력 제거 수술(자궁 난소, 고환 적출 수술)만을 받고 외부성기수술(음낭, 음경 형성 수술)을 받지 않아도 성별변경을 허가해주는 사례들이 있다. (출처 : 트랜스 로드맵-트랜스젠더를 위한 정보, 인권 길잡이 www.transroadmap.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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