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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진oh Dec 10. 2023

책 읽기의 기술

나의 독서 연대기와 쓰는 독서이야기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할머니는 뒷산에 가서 얼어 죽어 있던 꿩을 한 마리 주워 오셨다. 연탄 화로에 둘러앉아 순수 100% 자연산(?) 꿩고기를 구워 먹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그런 시골에서 중학교 때까지 자랐다. 지금은 24시간 볼 수 있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볼거리, 할 거리도 다양하지만, 그때는 하루에 겨우 2~3시간 정도 볼 수 있던 TV 만화영화가 전부였다. 캔디, 세일러문, 꼬마자동차 붕붕붕, 은하철도 999. 매일 하나씩 소원을 들어주던 우리의 바람돌이 녀석까지. 그 시절 심심해하던 내게 책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동네 친구들과 한바탕 놀고 들어 오면 마루에 벌러덩 드러누워 책을 읽곤 했다. 교육에 나름 관심이 많으셨던 엄마가 큰맘 먹고 들이신 따끈따끈한 계몽사 위인전집도 있고, 세계 명작동화도 있었기에 그 책들과 함께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었다. 읽고 나면 누구나처럼. ‘저도 누구누구 같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뻔한 다짐이 남았지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었던 순수했던 어린 시절.


눈도 멀고 귀도 멀어 말조차 할 수 없었던 헬렌 켈러. 그녀의 손에 차가운 수돗물을 콸콸 틀어 ‘물’이라는 걸 가르쳐 주셨던 설리번 선생님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하이틴 로맨스 소설에 빠져 살았던 중고등학교 시절. 세상에 둘도 없이 잘생기고 멋진 연인들의 모습이 프린트되어 있던 반짝거리던 소설책을 친구들과 돌려보던 그때. 얇아서 빨리 읽혀지는 데다, 달콤 쌉살한 연애 이야기는 사춘기 소녀에게 마치 사탕처럼 재밌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수필에 빠졌다. 사람들의 살아가는진솔한 이야기가 재밌었다. 그러다가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하며 책과는 작별을 고했다.





누구나 그렇듯 엄마가 되고선 책과 다시 조우하게 되었다. 한 번도 엄마가 되어 본 적이 없고, 누군가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 준 적도 없는 그 역할이 너무나 어려웠다. 절박함 맘으로 집어든 육아서적. 그 책들은 내게 꽤나 많은 도움을 주었다.


2023년 현재의 나는  자기 개발서에 빠져 있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는 마음과 ‘이제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다시금 책을 집어 들게 해주었다. 때로는 가깝게 때론 마치 헤어진 연인처럼 멀리 있었던 책과 동행하며 알게 된 책이 내게 준 선물은 다음과 같다.








책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육아서를 읽고 나면 아이들에게 한마디라도 이쁜 말을 하게 되고, 미니멀 서적을 읽고 나면 서랍 하나라도 정리할 힘이 불끈 생긴다. 2~3년 전 한창 열심히 읽었던 미니멀 책들이 물건으로 점령당해 숨 막히던 우리 집을 이젠 누가 봐도 ‘우와’ 하는 깨끗한 집으로 변모시켜 주었다.  


갑작스러운 손님의 방문에도 타이머 10분 키고 후다다닥 정리하면 거의 모델하우스 느낌 나는 집으로 변신한다. 이 놀라운 시스템을 갖추게 된 건 모두 미니멀라이프 책들의 도움이다.


책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뇌 안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까는 활동에 비유되기도 하는 독서. 책을 읽으면 작은 부분일지라도 나 자신이 변화되고, 몰랐던 내 안의 편견들을 깨트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는 모두 연기자가 아니기에 다른 사람의 삶을 일시적으로라도 살아볼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면 그 경험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의 뇌가 간접경험과 직접 경험한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에 좀더 깊이있는 사람으로 변모할 수 있는 것이다





10쪽 독서법을 추천합니다


코미디언이자 이제는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이 책은 돈 버는 이야기입니다] 책의 저자이기도 한 고명환 님의 책에서 알게 된 독서법이다. 읽고 싶은 책들을 하루에 각각 10쪽씩 읽으면 끝. 이렇게 읽으면 마법처럼  책들의 내용이 서로 연결되는 걸 경험하게 된다. 각 책들의 내용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에서 나온 사례 중에 도시락집을 하다가 사업이 잘되어 프랜차이즈를 내어 수입의 한계를 뛰어넘어 버린 사장님이 있었다.  매니저를 각 지점에 두어 자신이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수입이 창출되는 구조.  ‘ 이 사람은 서행차선에서 부의 추월 차선으로 옮겨 간 거구나 ‘ 하며 [부의 추월차선]의 핵심 내용과 연결되어 그 상황을 보는 시각이 좀 더 깊어졌다. 마치 땅에서는 2차원적으로 사물과 상황을 보았지만, 고도를 높여 위에서 내려다보며 전체를 조망하여 볼 수 있는 것처럼.


한 책을 하루에 몰아 읽으면  책 속의 수많은 깨달음과 적용거리들을 대부분 실천하지 못하고 넘어가기가 싶다. 10쪽씩 읽으며 삶에 차근히 적용하고, 작은 분량을 꼭꼭 씹어먹으며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10쪽 독서는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을 준다. 독서의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어 주는 방법이다.


눈으로 하는 독서 vs 손으로 쓰는 독서


책에 무언가를 쓴다는 걸 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책이란 건 소중하기에 깨끗하게 봐야 할 것 같고,소장가치가 없는 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아야 하니까.


눈으로만 하는 독서의 치명적 부작용 중 하나는 빨리 졸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침대에 누워 읽는다면 부작용 제로의 수면제라 할 수 있다. 마치 아이들에게 영어책 좀 읽으라고 하고  좀 있다 가보면 잠들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어려운 내용이 나와도 그냥 스윽하고 넘어가기 일 수여서 책을 읽어도 머릿속에 남는 게 없을 때가 많다. 분명 4~5시간을 들여 책을 읽기는 했는데 기억이 잘 안나는 안타까운 상황은 모두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 두꺼운 책을 다시 읽을 수도 없고 참 난간한 일이다.




쓰는 독서는 책의 진수를 길어오는 방법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한 구절에서 기가 막힌 깨달음이 얻었을 때 그걸 옆에다 바로 적고, 궁금한 점도 적고 있노라면 그 책의 저자와 마치 일대일로 이야기를 하는 느낌을 받는다. 논리적으로 저자의 의견이 이해가 안 될 땐  “그렇지만 이건 그때 경제 상황이 좋아서 성공한 게 아닌가요?' 혹은 감탄하며 ‘당신이 말하는 그런 사람이 바로 전데요’라고 적어둔다. 가끔은 단락의 키워드를 옆에다 해쉬태그처럼 쓰기도 하면서 말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으며 ‘나를 둘러싼 환경을 설계하라’ 부분 옆에는 실제 내가 실천하고픈 to do list를 적기도 한다. 이렇게 적어 두면 나중에 메모한 내용만 주르륵 읽기만 해도 그때의 감동 그리고 무얼 해야 하는지 다시 상기시켜 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쓰는 도구를 살짝 추천하자면, 찐득한 잉크심이 사방으로 번지는 볼펜류보다는  0.3, 0.4mm의 하이테크 펜이 좋다.  책의 여백이 충분치 않기에 얇은 펜으로 사부작사부작 내 생각을 기록했다.


비록 중고서점에 절대 팔 수 없는 환급성 제로의 소비자산이 되어 버리지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스페셜 에디션인 나만의  책이 된다.



그러하기에 독서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장점이 셀 수 없이 많은 ‘쓰는 독서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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