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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진oh Dec 24. 2023

새벽이 나에게

미라클 모닝 3개월 차의 고백



올해 나에게 일어난 기적.

그건 바로 ‘미라클 모닝’이라 불리는 새벽기상이다.


이상하리만치 아주 오래전부터 일찍 일어나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간절한 소망과는 달리 새벽기상을 도무지 할 수 없었다. ‘미라클모닝’ 책을 읽고 며칠은 성공했지만 다시 도로아미타불. 20년 전 절박한 마음으로 새벽 기도를 갔던 3주 정도만 빼고는 내 인생에 새벽기상은 없었다.


엄마가 되고 나선 아이들이 겨우 잠이 들고 나면 탈탈 털린 영혼을 소파에 들어 누워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며 위로했다. 그러다 보니 12시가 훌쩍 넘어 잠이 들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는 게 당연한 일상이었다.


 올초에 나는 쿨하게 결론을 내렸다. ‘나는 새벽에 일어날 수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인정하고 나니 살짝 슬프긴 했지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나를  재촉하던 무언가가 사라진 느낌이랄까.




케다맘(케리스와 다니엘) 채널을 애청하는 나는 그녀의 열정이 좋았다. 에너지 넘치는 그녀가 원래는 응급실을 자주 실려 가던  저질체력에다, 육아를 하며 무력감과 우울함으로 힘들어했다는 고백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자신을 극적으로 바꾼 시작이 미라클모닝이라고 했다.


케다맘 자신이 만든 자기 계발 프로그램인 꾸이백(‘꾸준함이 이긴다 백일 프로젝트)을  통해 새벽기상을 먼저 시작한 뒤 운동, 독서까지 추가해 가며 그녀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그녀의 활력이 참 부러웠다. ‘뭐 그녀는 특별한 사람인가 보네’  부럽긴 했지만  따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오픈한 ‘미라클모닝 챌린지‘를 자석에 이끌리듯 신청하게 되었다.


방식은 간단하다. 2만 원을 회비를 내고, 3주간 새벽기상을 성공하면 1만 원에 해당하는 커피쿠폰으로 돌려주는 간단한 시스템이다. 굳이 돈까지 내면서 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살짝 들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게 낫겠지 ‘라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나의 새벽을 깨우는 소리는 핸드폰 알람만이 아니었다. 그 알람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소리.


‘카톡~ 카톡~’


함께 하는 미모닝 멤버들이 아침 기상을 인증하는 카톡소리가 나의 새벽을 깨우기 시작했다. 핸드폰 알람 세네 개가 아무리 울려도 그냥 자버리기 일쑤였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녀들의 카톡 소리를 들으니 잠이 확 달아났다.


‘오 다들 일어나고 있구나’ ‘ 나도 일어나야지’ 뭔가 신선한 자극이 주어졌다.  스르륵 침대에서 내려와 실눈을 뜬 채로 머그잔을 집어 들고 정수기로 간다. 쪼르르르 온수를 가득 담아 루이보스 티백을 퐁당, 휘이 저은 다음 티백을 꺼내 버린 다음 내 전용 책상에 앉는다. 그곳이 나의 소중한 아지트다. 그곳에 차 한잔과 함께 털썩 앉아 본다.




아침에 일어났다는 인증사진 2장을 차례로 올리고, 단톡방 투표에 성공했다고 인증을 하면 드디어 성공이다

보통 차 한잔의 사진과 읽고 있는 책 사진을 시간이 찍히는 어플 (나의 경우 타임랩스)로 찍는다. 간단한 것 같지만 비몽사몽간에 사진도 찍어야 하고, 투표까지 하다 보면 잠은 스르르 달아가 버린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책을 펼쳐 들었다

고요하다. 오늘 같이 피곤한 날은 딱 10쪽만 읽고 자야지 했는데 읽다 보니 점점 정신이 더 맑아진다. 책 내용은 또 왜 이리 재밌는지 7시까지 몰입독서를 하고 살며시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7시 30분에 겨우 일어나서 정신없이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은 밥에다 김을 또로록 말아  대충 주기 바빴을 텐데. 오늘 아침 메뉴는 프렌치토스트에 과일샐러드다. 이 온전한 여유가 참 신기하다.


그렇게 3개월을 새벽기상을 하고 있다. 처음 시작했던 가을을 지나 지금은 겨울이라 한밤중 같은 캄캄한 새벽을 맞이함에도 그리 힘들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새벽 기상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나는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넌 안돼. 매번 실패했잖아. 괜히 힘들게 너 자신을 괴롭히지 좀 마.‘ 내 안의 초강력 부정적인 자아가 하는 말에  꽁꽁 묶여 있었는데 ‘앗 나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소망의 싹이 빼꼼 고개를 내민 느낌이다.


나도 왠지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좋은 느낌. 앞으로도 조금씩 더 좋아질 거라는 몽글몽글 느낌이 나를 사로잡았다.


새벽에 읽는 책이 내 마음에 좋은 영양제가 되어 주었다.

책의 저자들이 너도 할 수 있다고, 한번 해보자고 다독여 주는 위로와 격려를 해준다. 육아하느라 집에만 있던 날 저만치 앞서가는 친구들과 주변 지인들을 보며 난 뭘 하고 살았나 하며 우울해하던 나에게 괜찮다고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었다. 진심 어린 위로를 받고 있다.




이 힘의 원동력으로 요즘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있다.

죽을 때 가장 후회되는 게 뭘까?

그 질문에 나는 ‘안 해 본 것, 해보고는 싶었지만 도전해 보지 않은 것‘을 가장 후회할 것 같았다. ‘이젠 너무 늦었어. 해봐야 뭐가 달라지겠어? ’ 이런 생각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기에 참 오래도록 무기력했었다.


그랬던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사소하지만 다양한 일들을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설거지하기, 욕실 청소 쇼츠도 찍어 올리고, 인스타 피드도 매일 올려 보고, 체험 삶의 컨셉으로 다양한 아르바이트도 해 보았다.  대학생도 아닌 중년의 나이에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용기를 내어 보았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도 느낄 수 있었고 일상의 감사도 더 깊어질 수 있었다.  


브런치의 글쓰기 도전도 이러한 새벽기상의 도미노가 만들어준 선순환이다.


이 모든 것의 원동력이 되어준 새벽기상, 강력한 빠알간 시작 버튼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새벽기상#미라클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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