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너의 손을 다시 잡으며 Image by Albrecht Fietz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을 참 좋아한다. 바람을 맞을 때면 마음이 시원해 짐을 느낀다. 근심 걱정이 바람과 함께 씻겨나가는 느낌이랄까. 또 다른 '바람'은 소망이다. 브런치=먹는 건 줄로만 알았던 내게 사고처럼 다가온 브런치는 글쓰기로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소원을 내게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 브런치는 아름다웠던 내 ‘바람’과 함께 사라지려 하고 있다.
간간히 하던 아르바이트 마저 식음을 전폐하듯 끊고 브런치 수업을 따라가는 길에 합격이라는 멋진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설레어하던 순간은 아름다운 가을처럼 짧게 지나가고 차디찬 겨울이 찾아와 버렸다. 가만 고개를 들어 다른 글들을 읽어 보니 내 글은 어찌나 이리 초라한 것인지. 운동, 음악 그리고 미술처럼 역시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이 필요한 분야였던 것을 소망의 최면에 걸린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이제 내 현실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그날 저녁 브런치 4주차 수업에 난 보통때와는 달리 카메라를 끄고 늘어난 잠옷 차림으로 편하게 앉았다. 마음가짐이 달라져 있었다. 어차피 이젠 글쓰기와는 작별을 고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이제껏 힘든 일이 닥쳤을 때 가장 쉬운 해결책은 도망하는 거였고 이번에도 똑같이 할 생각이었다.
선생님, 어떻게 제 마음을 이렇게 다 아세요? 마음을 도청당하는 마냥 나에게 일대일로 얘기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나는 그만두려고 했다. 나의 비루한 글을 보면 부끄럽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과의 갭은 너무나 커서 마음이 시려왔다. 거품으로 사라진 인어공주처럼 사라지려 한 그 순간에 선생님이 내 손을 잡아 주셨다. 포기하지 말라고. 합격만 하고 사라지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될 뻔 한..바로 나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 주신다.
토요일 아침 ‘ㅇㄱ빵집’으로 온 가족이 브런치를 먹으러 나왔다. 작년 아름다운 단풍으로 둘러싸였던 카페를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했지만 나뭇잎이 다 떨어져 버린 뒤였다. 브런치를 먹으며 브런치를 읽고 있는 나. 선생님이 해주신 처방들을 하나하나 따라가 본다. 잡문집에 나온 다른 동기분들의 글을 읽고 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눈물이 나려고 했다.
글을 읽으며 그 사람의 본질을 마주 대하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을 만나서 하하 호호 겉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두세 시간을 있어도 집으로 올 때 찾아오는 공허함에 힘들었는데, 브런치에는 그 사람 내면을 마주 대하는 느낌이었다. 누군지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지만 한 사람을 실제로 만나는 기분이었다. 그 진짜인 상대의 모습이 내 안의 나와 공명해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새로운 세계로의 문이 열린 느낌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내 진실된 모습을 이곳에 풀어놓고 다른 진짜인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눈으로 스르륵 읽기만 하던 소비자 독자에서 다른 차원의 독자가 되어 가고 있는 진화한 나를 느낀다. 글 속의 좋은 표현을 따라 적어 보았다. 그 재치에 미소가 지어진다. ‘책상밑에 껌처럼 숨겨 놓았던 야망 덩어리’ 학교 책상 밑 그 껌을 짬짬이 손으로 만지며 그 존재를 느끼며 의식했던 그 순간이 떠 올랐다. 숨어 있지만 잊히지 않았던 그 껌 같은 그 욕망의 덩어리의 그 존재를 찰떡처럼 표현하다니. 은경선생님의 조언처럼 수집해 본다.
‘아직은’ 포기하지 않고 조금만 더 가보려 한다. 내가 몰랐던 이 깊은 세계를 조우한 지금 마음이 설렌다. 발가락만 담두고는 ‘아이 차가워’하고 뒤돌아 가지 말고, 그곳으로 풍덩 하고 뛰어들어가 보자. 멋진 새로운 차원의 세상으로 들어가 보자 그래서 더 나은 내가 되기를 소망한다. 왜인지 진짜 그렇게 될 것만 같다.